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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한 여성선언 기자회견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한 여성선언 기자회견

□ 때 : 2007년 7월 19일(목) 오전 10시
□ 곳 : 홈에버 월드컵점 앞
□ 순서
1. 여는 이야기 :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
2. 힘주는 이야기 :
(민노당 서울시당 이봉화 여성위원장 / 여성운동가 이시진/ KTX 여성노동자/ 마포지역 주민)
3. 비정규직 철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
4. 여성선언 낭독 (인권운동사랑방 김정아 상임활동가 )
□ 주최 : 여성선언 선언자

1.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공동투쟁본부가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을 점거하고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허울좋은 ‘비정규보호법’이 노동자들 다 죽이는 악법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고 특히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은 벼랑 끝에 놓여있습니다. 파업 현장에는 오늘이다 내일이다 하며 언제 공권력이 투입될지 모르는 상황이며 여성노동자들에게 닥칠 상황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2. 이에 여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연대와 지지를 전하며, 자본과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한 여성선언>을 진행합니다. 선언의 내용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누리지 못하고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에 처해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비정규보호법이 성차별에 기반 해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점을 알리며 △자본과 정부의 반인권적 여성노동권 탄압과 경찰 폭력을 규탄하고자 합니다.

3. 여성노동자들에게 힘 있는 연대의 뜻을 전하는 자리에 귀 언론사의 적극적인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끝>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한 여성 선언>
- 여성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하라

2007년 7월, 허울 좋은 ‘비정규보호법’의 시행을 전후로 온갖 종류의 노동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20일간 매장 점거농성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외치는 홈에버, 뉴코아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주목하며 그녀들의 권리 투쟁에 연대하려 한다. 이랜드 그룹의 사업장인 뉴코아, 홈에버는 1주일 미만의 초단기 계약, 근로계약기간 변조, 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대량 해고, 계산원 업무의 외주화 등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의 초대형 쇼핑센터이다.

우리는 노동인권 탄압으로 인해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8백여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과 더불어, 반여성적인 노동정책과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여성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정부와 자본의 폭력을 폭로함으로써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해 한발 나아가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과연 노동자로서 인정받고 있는가! 여성노동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직장에 가기 전에 가장인 ‘남성’노동자와 자녀들을 위한 아침을 차려놓고 손에 물이 마를 새도 없이 사업장으로 향한다. 시부모와 부모에게 안부전화를 급하게 돌리고 사업장으로 들어서면 언제나 웃음으로 친절하게 고객을 맞이할, 준비된 여성이기를 강요받는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서서 수많은 상품들을 계산하지만, 정작 자신이 유통 시킨 상품을 맘 놓고 구입하기는커녕 천 원짜리 한 장도 쉽게 쓸 수 없는 80여만 원의 임금이 떨어질 뿐이다. 그녀들의 저임금에 대한 항의는 ‘부업’ 또는 ‘부수입’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저임금, 불안정 고용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동료 노동자들과 토론하고 집단행동을 모색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귀가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청소와 설거지를 말끔하게 하기를 강요당하는 것이 그녀들의 현실이며, 이러한 사회적 압박 속에서 그녀들은 그저 “빨간 립스틱”을 바르도록 강요받는 ‘아줌마’ 또는 ‘아가씨’일 뿐이었다.

여성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70%를 육박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데에 혈안이 된 자본이 가부장제에 편승해 여성억압에 적극적으로 발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가사노동의 일차적인 전담자로서 집에 있는 것이 어울린다는 사회적 시선과 함께 집 밖에서의 ‘일’이란, 노동이기보다는 과외로 하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인식된다. 여성에게 전통적으로 떠맡겨졌던 보육과 간병 등의 보살핌 노동과 다양한 서비스노동은 모두 여성들이 해야 할 ‘부업’으로 취급되어왔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의식과 정책은 여성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들고 있고 그 속도와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랜드 자본은 여성노동자들에게 기간제 계약을 거듭하는 방식을 사용하다 이제 외주 파견업체 노동자로 재취업하라며 비정규법 악용 매뉴얼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같은 사람, 같은 노동이지만 이름표만 달리 붙이면서 마치 일회용 컵을 사용하듯이 여성노동자들을 쓰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거대한 노동 시장에 길게 줄지어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참혹한 노예노동의 한 장면을 연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루 8시간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그녀들은 자본과 정부가 입방아 찧는 ‘경쟁력’없는 노동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변부적인 노동을 하도록 그리고 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해온 사회적 차별 때문이다.

우리는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유통업체 매장 안의 노동 현실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자본은 이미 동종유사업무에 대해 정규직을 없애는 작업을 착착 진행해 왔고, 그 자리 대부분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여성노동자가 많다는 것, 그녀들이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것, 그녀들이 가장 먼저 노동권 박탈의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현실에 보다 폭넓게 주목해야 한다. 비정규악법은 성별중립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법 시행의 결과는 결코 성별중립적이지 않다.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성차별적인 인식 아래 무기력하고 순응적일 것으로 여겨져 왔다. 또한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 생계를 책임지기보다 남성가장의 수입을 보완하는 정도로만 취급되어왔다. 비정규악법의 시행이 여성노동권에 대한 공격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우리은행의 분리직군제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결국, 비정규악법은 성별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성맹목적이며 그 결과는 여성노동에 대한 폭력적인 차별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을 비롯한 단체행동을 용역깡패와 경찰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는 이랜드 자본과 정부의 작태는 성폭력의 위험을 항상 수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역깡패와 경찰은 여성의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유발하는 언행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육체적인 차이에 따른 공포와 두려움을 야비하게 이용해 여성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여성노동자의 권리는 모성의 의무로 둔갑해 강요되고 있지만,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여성을 비켜가지 않으며 오히려 성폭력과 짝을 이뤄 여성노동자를 짓밟고 있을 뿐이다.

인권의 기본적인 원칙인 차별금지는 노동의 권리를 비롯해 직업 선택의 자유, 노동조합의 결성 및 가입, 공정하고 유리한 임금에 대한 권리 등 모든 영역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이름의 비정규직법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재앙을 안겨주고 있으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와 그에 따른 저항을 탄압하는 방식은 인권과 민주주의가 배반당하는 야만의 시대를 확인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에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약속하며,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해 싸워 나갈 것을 다짐하는 우리 2654명 여성들은 정부와 자본에게 촉구하는 바이다.

■ 정부는 여성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짓밟는 비정규악법을 전면 폐지하라.

■ 이랜드 자본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대량 해고, 외주화, 저임금, 건강을 해치는 노동 조건 등 노동기본권을 짓밟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고용 보장, 정규직화, 건강권 보장 등 여성노동자 권리를 즉각 보장하라.

■ 이랜드 자본은 용역 깡패들의 폭행에 대해 사죄하고 피해 노동자들에게 즉각 보상하라.

■ 경찰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원천봉쇄, 농성장 감금, 성폭력적 언행을 즉각 중단하고 여성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

우리는 위와 같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홈에버, 뉴코아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싸울 것을 힘차게 선언한다.


2007년 7월 19일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을 지지 연대하며,
여성노동권 쟁취를 선언하는 여성 2654명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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