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양심수 사면 조건 고집
8.15 양심수 사면을 둘러싸고 준법서약이 다시금 사면․복권의 전제조건으로 주목받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방미 중 필라델피아협회로부터 자유메달을 수상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양심수 석방의 조건으로 다시 준법서약을 강조했다. "준법서약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은 사상전향이 아니고 나도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국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를 한 일이 있다며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이에 지난 2월 25일 사면 당시 완화된 준법서약제가 다시 강화될 전망이다. 준법서약제는 지난해 정부가 사상전향제를 폐지하면서 새로 도입한 제도로,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을 비롯한 시국사범들에게 △처벌받게 된 경위와 내용 △출소 후 명확한 법 준수 의지 △장래 생활계획 등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상당수의 양심수들은 ‘준법서약이 인간 내심의 자유를 심대히 침해하는 반인권적 제도’라며 준법서약서 제출을 거부해 지난 8․15와 2․25 사면에서 제외됐었다. 한편 정부는 예외적으로 지난 2월 25일 우용각 씨를 비롯한 비전향 장기 양심수 19명을 준법서약서 제출 없이 석방한 바 있다. 이런 까닭에 준법서약제 도입 초기부터 ‘변형된 사상 전향제’, ‘확대․강화된 사상 전향제’라고 비난해왔던 인권단체들도 2․25 사면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하는 한편 ‘온전한 준법서약제 철폐’를 요구해왔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선수 변호사는 “양심수를 석방하겠다는 마당에 인권을 침해하는 준법서약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인권신장을 위해 양심수를 석방한다면 준법서약 없이 석방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준법서약은 대통령의 취임선서와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준법서약의 강요는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