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인권 개선 위해 노조설립운동 제기돼
최근 외국인노동자의 열악한 인권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노동자 노조건설 운동’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외국인노동자 대부분이 산업연수생이나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제약과 노조가 없는 5인 이하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한다는 현실적 제약을 받고 있어, 노조설립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IMF 이후 건설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이 현실화되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의 노조설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는 “노동법에 따라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로 볼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노협의 이윤주 사무국장(30)은 “영세사업장에서 외국인노동자만의 개별 노조를 세우기는 어렵다. 합법과 불법 노동자들이 함께 지역노조 설립을 구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사무국장은 “외국인 노조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법무부와 검찰의 탄압이 예상되는데, 외국인노동자들은 강제출국의 위험이 있어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들다”며 “당분간 국내의 노동 사회단체가 이들을 운동의 주체로서 적극 끌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정부, 외국인노동자인권 방치
그간 외국인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제정요청이 빗발쳐 왔고 96년에 여야에서 각각 입안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했으나, 15대 국회 회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올 1월부터 외국인노동자가 임금체불 등 부당노동행위를 당한 경우, 지방노동관서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제도의 실효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을 제기한 외국인노동자가 불법체류자로 밝혀질 경우, 노동부가 이를 곧바로 법무부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신분이 불안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운동은 ‘약자로서의 보호를 넘어서 노동권과 인권의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진일보한 운동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외노협은 오는 3일 낮 1시 30분 종로성당 3층에서 ‘외국인노동자운동의 전망과 노조건설’을 위한 토론회를 갖고 일본과 독일의 이주노동자운동 사례 등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