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어도 대안은 없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 강제철거가 진행돼 갈곳 없는 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택지개발지구에서는 효자건설이 고용한 경기환경 용역이 철거민들의 천막마저 강제철거한 뒤 불을 질러 철거민들이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주민 최국자(40) 씨는 "용역 20여명이 오전 7시 30분경 들이닥쳐 천막 안에 주민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천막과 선전물들을 다 뜯어내더니 불을 놓았다"고 밝혔다.
용역들에게 폭행까지 당한 주민들은 곧바로 의왕시청으로 달려가 항의농성을 벌였지만 의왕시(시장 강상섭)측은 이들을 강제로 쫓아냈다. 그 과정에서 임신 7개월째인 주민 신영희 씨가 배를 다쳐 현재 한림대병원에 입원중이며, 한기열 씨도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신해철(48) 씨는 "오후 10시경 시청 앞에서 바람이라도 막으려고 비닐을 치려고 하자 용역과 직원 2백여 명은 철문을 밀며 우리를 장작불 쪽으로 내몰았다"며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하지 않고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분개했다. 그는 또 "직원 대여섯 명이 몰려와 한사람씩 집중구타를 하면서 시청 안으로 끌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주민 등 4명을 폭행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과 학생들은 "용역들의 입에서 술냄새가 심하게 났으며, 깡패가 따로 없었다"고 비난했다.
반면, 의왕시청 개발과 이태용 과장은 "주민들이 오히려 우리를 바늘로 찌르고, 돌과 불태우던 장작까지 던져서 직원들이 화상까지 입었다"고 항변했다. 또 의왕시청 측은 "용역은 있지도 않았고 직원 50여명이 시청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의왕시청 직원과 경비 등 10여명은 철거민들의 시청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주민들은 화장실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밥을 담을 그릇조차 다 박살나고 빼앗긴 상태여서 컵라면 용기를 그릇으로 활용해 쓰고 있으며, 시청 앞에서 비닐도 치지 못한 채 스티로폴과 담요에만 의지한 채 농성중이다. 또한 주민들은 "용역들에게 맞아 병원에 실려가도 어디에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은 병원측에서는 철거민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 입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철거민들은 돈을 준다고 해도 병원에서 치료를 못 받는 신세"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결국 철거민들을 대하는 의왕시측의 안이한 자세에서 비롯되고 있다. 강상섭 의왕시장은 철거가 시작된 초기부터 "법대로 할 뿐 주민이 얼어죽어도 아무 대안이 없다"는 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