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등록금 투쟁 장기화, 교육재정 확충 요구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관련기사 본지 3월 31일자>.
전국 60개 대학 학생회로 구성된 「반민족적․반민중적 교육정책 전면 수정과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대책위」(교육대책위)에 따르면, 21일 현재 10여 개 이상의 대학이 등록금 인상 문제로 대학본관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또한 등록금 인상에 항의해 총학생회로 등록금을 대신 낸 '민주납부자'는 3천여 명에 달한다. 과거 등록금 투쟁이 3월 한 달을 넘기지 못했던 것과 비교해 눈에 띄는 장기화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요구는 개별 학교 차원의 '등록금 인상 저지'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교육재정 6% 확충'으로 모아지고 있다.
경희대는 21일 현재 30일째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등록금 인상률은 9.5%. 총학생회측은 "지난해 학교측이 등록금 동결을 약속해 놓고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해 학생들의 분노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학생들도 총투표를 거쳐 지난 10일부터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학교측은 "등록금 동결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앙대, 동국대, 부산대, 경원대, 한국외대, 동아대, 경북대 등에서 본관 점거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민주납부자들의 제적 위기이다. 등록금이 11.7%(신입생 12%)로 인상된 연세대는 25일로 등록금 최종납부기한이 끝난다. 총학생회 문화국장 이국진 씨는 "1백50명의 민주납부자 중 총학생회 중앙 운영위원 15명은 끝까지 납부를 거부하기로 해 제적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학생들은 지난 17일 1천5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학생총회를 열고 본관점거 농성을 결의했다. 강남대의 경우 이미 등록금 투쟁 과정에서 학생 4명이 무기정학, 3명이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으며, 서울시립대 학생들 역시 징계 조치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장관 직무유기 고발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이같이 거센데도, 교육부는 별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석현 교육부 대학재정과장은 "등록금 인상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 부분이라 교육부가 간섭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교육재정 확충 요구에 대해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고 세금을 더 걷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교육대책위의 김선경 씨는 "국가의 재정 운용 방향을 수정하라는 것이지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막대한 혈세로 재벌을 지원하고, 국방비를 매년 증액하면서 교육재정을 확충하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육대책위는 지난 주 교육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전국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에 합의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을 위반했음에도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교육부가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대책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각 대학의 총장들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대학 총장들이 지난해 12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의에서 올해 등록금을 최상 15%, 최하 8%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교육대책위는 다음 주말 경부터 세종로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교육재정6%확보․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