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 다툼에 빛바랜 중국 인권 문제
막바지에 접어든 유엔인권위원회는 여러 가지 결의안 처리에 한창 바쁘다.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주거권에 관한 특별보고관' 제도의 신설 결의안이다. 지난 17일 전원 합의로 채택된 이 결의안에 따르면, 특별보고관의 임기는 3년이며 그 수임사항은 △적절한 주거의 기준 제시 △주거권 실현에 장애가 되는 각국의 법률 및 관행 조사 △바람직한 선례 소개 등으로 되어 있다. 이 제도는 앞으로 강제퇴거․무주택 등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각국의 주거권 보장을 증진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엔인간주거센터(HABITAT)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억을 넘는 사람들이 부적절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무주택자 혹은 난민의 숫자도 1억을 웃돈다. 게다가 이들 중 대다수가 여성과 아동이다.
한편, '먹을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하는 결의안 역시 찬성49․반대1(미국)․기권2로 채택되었다. 특히 이 결의안은 개발도상국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이들 나라에 대한 외채 탕감의 필요성에도 언급하고 있다. 반대표를 던진 미국의 입장은 철저한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식량을 많이 생산하고 농업무역을 자유화하는 것이 식량안보를 위한 길"이라는 것이었다.
◎… 올해도 중국 인권문제에 관한 결의안 채택을 둘러싸고 국가들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19일 미국 대표는 자신이 제출한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결의안에서 △자유권조약과 사회권조약의 조속한 비준 △정치범의 석방 △종교 및 집회의 자유의 허용 등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여기에 서유럽과 동유럽의 국가들이 유럽연합의 이름 아래 가세했다.
이에 대해 중국 대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처리 동의안을 올렸다. 이어 파키스탄 대표는 "이 결의안은 인권을 문제삼음으로써 중국의 시장 개방을 이끌어내고 무역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입장을 지지했다. 표결 결과, 불처리 동의안은 찬성22, 반대18, 기권12로 통과되어 올해도 중국 인권문제에 관한 결의안 채택은 좌절되었다.
한편, 이를 지켜본 인권단체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이번 회기 내내 중국 정부의 인권침해를 규탄해 온 인권단체들과 티벳인들은 불처리 동의안이 통과되자 울음을 터뜨렸다. 반면, 다른 인권활동가는 "물론 중국의 인권상황에 문제가 많지만, 미국이 자신도 비준하지 않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의 비준을 요구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원회의 이중 기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약소국에 대한 결의안은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되는 반면, 강대국들은 어떻게든 비난을 피해간다"는 것이다. [제네바:최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