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들 수난, 지나가는 관심이 아니어야
매향리 오폭사고를 계기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15일 오후 2시 미대사관 옆 시민공원(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불평등한 SOFA개정 촉구 집회에는 5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 등이 주최한 이날 집회는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해 익산역 양민학살 희생자 유가족, 대학생 등 1백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집회참가자들은 △SOFA협상 재개 및 전면 개정 △한국전쟁 중 발생한 양민학살 진상규명 △매향리 폭격중단 및 사격장 폐쇄를 단호한 어조로 촉구했다.
취재경쟁 그리고 아수라장
순조롭게 진행되던 집회는 2시 40분경 집회장으로 한대의 승합차가 들어오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승합차에 익산역 희생자 유족들의 천막농성을 위해 준비된 천막용품이 실려있었던 것이 사단이었다. 승합차를 에워싸고 천막을 끌어내리려는 경찰, 그리고 이를 저지하려는 집회참가자들, 몸싸움은 금새 격전으로 발전했다. 사태는 경찰에 의해 급속히 악화되었다. 경찰이 승합차 위에 올라가 천막용품을 지키고 있던 사회단체 회원을 승합차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고 천막용품을 탈취해 가버린 것이다. 집회참가자들 속에서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찰이냐!" 그리고 경찰과의 격렬한 몸싸움 30여분. 취재진은 조금이라도 좋은 구도에서 집회참가자들과 경찰과의 싸움을 카메라에 담느라 주변에 정차된 아무 차에나 올라가기도 하고 가로수 위로 올라가기까지 했다.
미 대사관 항의서한 접수 거부
집회참가자들이 미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또 한차례 심각한 마찰이 발생했다. 대표단으로 미대사관을 방문한 문정현 신부, 홍근수 목사 등은 미대사관측에서 항의서한을 공식접수하지 않자 미대사관 정문 앞에 주저앉아 농성을 벌인 것. 이에 경찰은 경고조차하지 않은 채 대표단을 거칠게 끌어냈으며 문 신부는 거의 실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태는 구급차가 출동하고 멀찌감치 있던 집회참가자들이 미대사관으로 몰려온 후에야 진정됐다. 결국 이날 집회는 6시가 넘어서야 끝났고, 허술한 천막 하나가 지어졌다. 익산역 양민학살 희생자 유가족들은 27일까지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마냥 두고볼지는 미지수다.
시민사회단체 더 큰 힘 보태야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날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저마다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매향리 문제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긴 하지만 이를 주도해야할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은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 월간지 기자는 "언론의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시민․사회단체의 좀더 강력하고 결집된 행동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