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주민회의, 주민들 '폐쇄운동'에 고무
매향리 주민들이 오랜만에 평화를 맛보고 있다. 지난 2일 미군의 폭격훈련이 기습적으로 실시된 이후론 열흘이 넘도록 폭격 훈련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측이 남북 정상회담 시기까지만 한시적으로 폭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 평화는 빠르면 16일이나 다음주에 깨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매향리 주민들의 투쟁의욕은 매우 고조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격장 폐쇄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의 변형구 총무는 "지금 주민들은 평화롭게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지만, 저녁이면 매일 주민회의를 열고 사격장 폐쇄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6일 열렸던 대규모 집회이후 더욱 고조되었다. 변 씨는 "6일 집회 이후 주민들 사이에선 '우리가 더욱 뭉쳐서 싸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특히 12일 열린 매향1리, 5리 마을회의는 달라진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 마을들은 '이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이주파'가 대세를 이뤘던 지역. 그러나, 12일 열린 마을회의에서 주민들은 사격장 폐쇄운동에 힘을 싣겠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하루동안에만 '사격장 폐쇄'를 위한 연판장에 115명의 주민이 서명을 했다는 소식이다. 변형구씨는 "기존에는 83%의 주민들이 이주를 원했지만, 이제는 이주 대신 사격장 폐쇄를 원하는 쪽이 그 만큼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민들은 10개 부락에서 3-4명씩의 대책위원을 선임해 '사격장 폐쇄 대책위원회'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열흘째 매향리에 머물고 있는 박항주 환경운동연합 정책실 간사는 "주민들이 많이 고무되어 있지만, 주민대책위원회가 아직 튼튼하지 못하다"며 "매향리에 안정적으로 상주하며 주민들을 지원해 줄 사회단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7일 2차 매향리 집결투쟁이 예정된 가운데 사회단체와 대학생 등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소파(SOFA)개정 국민행동(상임대표 문정현) 등 사회단체 소속 회원과 대학생등은 13일 오후 주한미대사관 옆 시민공원에서 '매향리 사격장 폐쇄와 관련된 미국측의 입장표명'을 요청하며 시위를 벌였고, 경기남부지역 사회단체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매향리에서 농성을 할 계획이다. 또, 대학생들도 하계농활 시점에 맞춰 매향리에서 대거 농활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17일 오후 2시에 열릴 2차 집회는 민주노총이 주관을 맡기로 한 가운데 1차 때의 수위를 넘는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