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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갈등'을 '전쟁'으로 만들지 말라


의사폐업, 롯데호텔․사회보험 노조 강제해산, 금융파업 위기 고조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언론보도는 한결같이 '대란'을 말하고 짜증스러운 국민들의 표정을 스케치하면서 "국민들이 대란에 지긋지긋해 하고 있다"며 "대결의식과 집단이기주의를 버리자"고 그럴듯한 주장을 편다. 왜 우리는 '대란'으로 이어지는 혼란 속에 있으며 불안해하는 것일까?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갈등은 기본적으로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잘못 다스려진 갈등은 전쟁으로까지 분출되고 수많은 비극을 부르지만, 잘 다스려진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 서로의 성숙을 부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근본적으로 병든 사회이며 치료를 요하는 사회이다. 이를테면 갈등은 "치료해 달라"는 아우성이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갈등의 존재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한심해 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한심한 것은 "치료해 달라"는 아우성을 힘으로 뭉개놓고 평화가 찾아왔노라 좋아하는 작태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은 만능해결사다. 회사측의 협상을 기다리는 노동자들에게 '테러진압부대'가 투입되었고, 그들은 두고두고 후유증을 부를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행으로 노동자들을 능멸했다. 그들이 청소하고 간 갈등의 현장은 의혹과 원망으로 채워지고, 갈등의 당사자를 현장에서 내몰아 버렸다. 이건 '평화'도 '해결'도 아무것도 아니다.

노동자에게 '본때를 보이기 위해' 대 테러 특공대를 투입하는 극단의 방법을 취한 다음에 정부에게는 무슨 카드가 있는가? 그런 식의 정부의 대응이 우리 사회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갈등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인식과 그에 대한 대처능력을 감퇴시키고, 갈등의 바람이 한번 불면 다 쓰러져버릴 것 같은 '대란 공포증'을 유발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부에게 당부한다. '갈등'을 '전쟁'으로 만들지 말라. 그리고 '단칼에 해결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흠씬 두들겨 맞은 노동자를 풀어주면서 '다시는 이런 일(집회, 파업)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는 기본권 유린이야말로 진짜 '대란'을 부르는 지름길임을 정부는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