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노조 대표로서 어찌할 방법이 없어 저는 죽음으로 항거하오니 정밀조사를 하시어…".
지난 9일 노조사무실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길동(56)씨 유서의 한 대목이다.
경북 상주의 석탄회사 (주)흥진태맥의 노조위원장인 김길동 씨는 내년 11월 정년퇴직을 앞두고도 올해 5월 노조위원장직을 자청했다고 한다. 27년간의 광부생활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게 동료가 전하는 김 씨의 각오였다. 김 씨는 조합원들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도 "좀더 낳은 임금과 우리의 잃어버린 권리를 조금이라도 찾아보려" 했다며 죽음 직전의 회한을 전하고 있다.
"회사 간부의 탄압이 분신배경"
(주)흥진태맥의 최저임금은 70-80만원선으로 강원지역의 탄광에 비해 수십만원 이상 낮다고 한다. 이에 김길동 씨는 노조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회사측에서 보기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분신자살에는 위원장직 수행과정에서 당한 회사 간부의 탄압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주변 사람은 전하고 있다.
조합원 김아무개 씨는 "한 간부가 위원장이 하려는 일마다 사사건건 가로막았고, 평조합원들 앞에서 심하게 욕설을 함으로써 망신을 주는 등 위원장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말했다.
조합원 김 씨는 이 간부의 전횡을 "전두환 정권시절의 국보위원장"에 비유하며, "회사 내 모든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실세로서, 노사협의로 결정되어야 할 조합원의 인사이동마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그 간부를 비난했다. 결국 인사이동 문제에 대해 항의하던 김길동 위원장과 간부 사이에 몸싸움까지 벌어졌으며,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고 한다. 조합원 김 씨는 "노조위원장에 대한 탄압은 노조 전체에 대한 탄압이며, 이를 방치한 '윗사람'들은 '직무유기'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근로자들이 고통없이 일하길"
고 김길동 씨는 모두 세 통의 유서를 남겼다. 하나는 대통령 앞으로, 하나는 조합원들 앞으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회사 간부' 앞이었다. 김 씨는 유서마다 "권력을 남용한 회사 간부의 처벌"과 "근로자들이 고통없이 일하게 되기를" 호소했다.
김길동 씨는 유서에서 "정말로 모범적으로 위원장을 하다가 멋지게 퇴직할 계획이었으나, 그렇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27년간의 삶터였던 막장을 떠났다. 김 씨의 장례는 13일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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