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 정상회의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40여 사회단체가 속한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은 아셈 개최와 관련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기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사령탑이라 할 국제기구들과 각종 투자협정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국민행동'이 발행한 자료집을 통해 살펴본다[편집자주]
초국적자본이 자신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에 법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각종 국제기구들이다.
95년 우루과이라운드 체결에 기반해 출범한 WTO는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를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GATT)가 공산품의 교역만 다뤘던 반면, WTO는 농업 및 지적재산권 같은 새로운 영역까지 규제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WTO는 또한 '자유무역'의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해 곧바로 '무역 보복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즉 WTO의 규정은 개별 국가의 법률을 훨씬 능가한다. 세계화 체제의 명실상부한 '지휘자'인 셈이다.
WTO는 출범 때부터 교육 '시장'을 일반서비스협정에 포함시켰는데, 이것은 교육 부문도 언젠가는 '자유' 무역의 원칙 아래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부의 차이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권마저도 무시되는 것이다.
IMF의 파괴력은 우리가 지난 3년 동안 충분히 경험한 일이다.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공공지출의 대폭 삭감을 강제하는데, 이러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초국적자본에 모든 시장을 개방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며, 노동자들의 권리와 임금,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 등을 특징으로 한다.
98년 2차 런던 정상회의 때 만들어진 '아셈비젼그룹'은 '자유화와 시장개방' '아시아-유럽 금융안정협력' '아시아-유럽 투자무역촉진' 등을 아셈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핵심의제로 상정하고 있다. 나아가 △2025년까지 상품 및 서비스 거래에 관한 완전 자유화 달성 △ 외환보유고, 외채의 규모 등에 관한 금융정보의 투명성 제고 △아시아 유럽간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결성된 '투자촉진 행동계획'의 신속한 이행 등 구체적 계획과 목표를 제출하고 있다. 즉, 아셈이 원하는 것은 상품서비스가 자유롭게 거래되고 금융시장이 완전 자유화되며,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체제이다. 여기서 금융거래의 투명성 강화란 초국적자본이 국내 우량기업을 저렴한 비용으로 인수하기 위한 사전적 절차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