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진행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국가보고서에 대한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의견서
1.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이루어지는 유엔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UPR))의 6번째 세션 가운데, 오는 12월 7일(현지 시각)에는 북한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인권 상황 검토가 진행되고 12월 9일에는 보고서가 채택될 예정입니다. 이번 UPR과 관련하여, 지난 4월에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네트워크 등은 북한 UPR에 대한 NGO 보고서(stakeholder's submission)를 제출하였고, 북한 정부는 지난 8월에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2. 인권운동사랑방과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번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가 북한에 대한 공격과 압박의 자리가 아닌, 인권향상을 위한 발전적인 대화와 협력의 자리가 되길 기대하며, 이번 북한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국가보고서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다음과 같이 전달합니다. 우리는 본 의견서를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 UPR 검토 시, 인권이사회 47개 회원국들과 3개 검토국들(troikas)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첨부>
1. 지난 4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실에 제출한 평화인권단체 북 UPR NGO 보고서를 첨부합니다.
2. 2009년 UPR 6차세션에서 검토될 북 UPR 국가보고서, 유엔인권최고대표실 취합보고서, NGO 보고서 유엔인권최고대표실 요약보고서(한글, 영문)를 첨부합니다.(참고로, 이 자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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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국가보고서에 대한 의견서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2009. 12. 4.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9년 12월 7일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제도(UPR) 6차 세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UPR 보고서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관련하여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네트워크는 지난 4월 20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실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NGO 보고서를 제출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8월 27일 유엔에 UPR 국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2월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UPR 보고서 검토 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함께 고려하고 검토하게 되길 기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제출한 UPR 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다.
1. 긍정적으로 고려할 점들
1) 인권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 견해와 입장
보고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인권이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부여되고, 완전히 존중된 존엄성을 가지고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권리라고 여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인권의 네 가지 고유한 특성으로 (a) 보편성과 평등성 (b) 개별성 (c) 존엄성 (d) 불가분성을 꼽았다. 인권의 가치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보고서는 “인권의 보호와 증진, 인민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최고원칙으로 삼는 공화국 정부”라고 명시함으로써 ‘인권의 보장과 증진’이라는 국가의 의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자보호법의 제정, 교육과 아동에 대한 국가행동계획의 수립 등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 역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국제인권체제에 대한 존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아동권리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주요 국제인권규약들을 비준하고 있으며, 이번 UPR에도 당사국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비록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이행에 관한 정기보고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이행에 관한 정기보고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의 이행에 관한 정기보고서 제출시기가 지나기는 했지만, 이번 보고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약기구들이 제시한 견해와 권고사항들을 중대하게 고려하고 수용하였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그 견해와 권고사항들을 이행하여왔다”고 밝히며 국제인권규약들이 제시하고 있는 권리들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UN UPR 첫번째 검토에 협력해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국제인권체제를 일방적으로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관건은 이에 따르는 북 당국의 의지일 것이며, 이번 UPR의 검토 의견들을 참고하여 현재 제출하지 않고 있는 정기보고서들을 성실하게 제출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3) 인권 분야에서 국제적 협력에의 의지
보고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권 분야에서의 국제적 협력을 응당히 고려하고, 국제인권기구들과의 참된 건설적 대화와 협력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그에 이어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대표단, 국제사면위원회, 유럽연합(EU) 등과의 협력과 인권대화를 사례로 들고 있다. 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유엔인권체제, 인권 NGO,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다른 국가 등 국제사회와 인권 분야에서 협력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여전히 갖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고 인권 상황 증진을 위한 국제 협력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미국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권법’과 경제 제재 등으로 대표되는 대북 적대정책으로 인한 북미 갈등, 정치성과 선별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유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권결의안’ 채택 등이 국제적인 인권 협력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력의 과정에서 일방이 반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상호 신뢰가 훼손되고 협력이 방해받는 상황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상황이다. 대화와 협력에는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권 상황을 증진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의지와 노력만이 아니라 국제 사회 공동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제사회는 교육, 아동 등 최근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보고서가 구체적이고 발전적인 언급을 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2. 우려되는 점들과 개선에의 기대
1) 국가에 복속될 우려가 있는 인권의 가치
보고서는 “인권은 국가에 의해 인정되고 보장되는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권리”라고 하면서 “인권은 양도할 수 없고 침해할 수 없는 인간의 타고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국가의 보장 아래서만 실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실현의 주체는 국가만으로 한정되지 않으며, 현대사회에는 다양한 인권보호체제가 존재하고 있다. 많은 경우, 오히려 국가가 인권을 제한하고 침해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집회․시위의 자유, 사상․양심․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하고 빈곤, 강제 퇴거 등을 초래한 잘못된 정책을 통해 인권을 침해한 것도 주로 국가였다. 국가가 아무리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도 국가의 인권보장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영역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며 더욱 주목해야 한다. 권리당사자인 인민들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고, 심지어 국가의 형태나 체제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도 갖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체제나 장치로서의 국가보다 개별적 혹은 집단적 주체들의 권리, 말하자면 인권이 더 우선적이다. 국가는 인권의 가치 아래에서 얼마나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권을 국가의 주권과 인민의 자주권으로 환원시켜 설명하기보다, 인권의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받아들여 인권의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
2) 유엔인권체제, 국가들의 ‘뻔한 거짓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역시
유엔인권체제는 유엔에 소속된 모든 나라들이 자신의 인권 상황을 스스로 점검하며 성찰함으로써 인권을 증진시키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성찰보다는 자화자찬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뻔한 거짓말’은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에 의해 진실이 밝혀져 ‘거짓말’이 들통나곤 한다. 유엔인권체제에서 드러나는 국가들의 대표적인 ‘거짓말’은 “인권을 잘 보장하고 있다”거나 “인권침해가 없다” 등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엿보인다. 보고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평등은 사람들 간의 단결과 협력에 기초하여 완전히 보장된다. 어떠한 인민도 인종, 성별, 언어, 종교, 교육, 직업 및 지위, 재산에 기초하여 차별당하지 않고, 모든 인민이 국가와 대중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권리를 행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고용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거나 “주택이 없는 채로 남겨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장애인들은 자기의 권리를 완전히 보호받는다” 등과 같이 주장한다. 하지만 ‘인권침해가 없는 나라는 없다’는 말과 같이 완전히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허구적이다. 완전히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향을 갖고 있는 것과 완전히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현실을 인식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완전히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 속에서는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먼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에서 소외되어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사례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3)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가로막는 내부의 방해물도 성찰하길
보고서는 “Ⅴ.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있어서의 방해물과 도전들”로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정책” “2. 유엔의 “인권결의” 채택을 포함한 반공화국 책동” “3. 사회주의 시장의 붕괴, 연속적인 자연재해와 그 결과들”을 꼽고 있다.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어 제기되는 방해물과 도전을 외부에서 찾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 비록 외부의 원인이 매우 중요하더라도 내부의 방해물과 도전이 없을 리 없다.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내부의 방해물 역시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는 인권에 대한 경직된 인식, 부정부패, 관료주의 등과 같이 국가 제도 내부에서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가로막는 방해물은 없는지 성찰해야 한다.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는 내부적인 성찰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에 주목하길
보고서는 “모든 공민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언론·출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 “공민은 헌법 아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가진다”, “공민은 헌법에 의해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밝히며 이를 위한 제도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제도만으로 인권 현황을 모두 드러낼 수는 없다. 특히 인권의 영역에서는 제도가 실제로 인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우리가 제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UN UPR NGO 보고서에서도 제시했듯이, 집회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 최근 일정 기간 동안 몇 건의 집회가 절차에 따라 신고되었는지 △ 신고된 집회의 성격은 어떠했는지 △ 신고된 집회 중 몇 건이 금지되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잘 정비된 제도가 있더라도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권력에서 배제되어 있거나 억압받는 주체일수록 제도의 보호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법·제도와 통계로서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성, 장애인, 아동/청소년, 성소수자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현실에 대한 세심한 연구와 고찰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들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과 원인을 통해 만들어지고, 또 사회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더 빠르고 중대하게 곤란에 처하게 된다. 인권을 보편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과 개선 정책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끝)
- 인권운동사랑방
- 200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