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호 | 2009년 9월 22일
국가의 목적 또는 존재이유
국가를 이상상·최고선의 실현이라고 보는 플라톤 이래 국가의 기원과 국가의 목적 또는 존재이유 등 국가의 본질론에 대한 논쟁은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230여개 이상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으며 192개 국가가 유엔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 논쟁과는 별개로 실질적 측면에서는 더 이상 국가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하겠다. 주권의 소재에 따라 국민주권이냐 군주주권이냐, 주권의 행사방식이 입헌적이냐 전제적이냐, 생산수단의 소유여부에 따라 자본주의이냐 사회주의이냐 등을 불문하고 현대사회의 국가는 그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헌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등을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들은 결과적으로 헌법상의 모든 국가기관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고 보장하는 인권보장체제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북한 사회주의헌법상의 인권보장체제
북한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헌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1948년 9월 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승인한 후 2009년 현행 헌법 개정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승인, 제정, 개정, 수정·보충 등이 이루어졌다. 199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주권은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제4조)으며, 국가는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어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된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보호한다”(제8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에 있는 조선동포와 “자기 령역안에 있는 다른 나라 사람의 합법적 권리와 리익”까지도 국가가 옹호하고 보호하도록 규정한다.
제5장에서는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는 모든 공민에게 참다운 민주주의적 권리와 자유, 행복한 물질문화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제64조)하고, “공민은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다 같은 권리를 가진다”(제65조) 그리고 “공민은 신소와 청원을 할 수 있다. 국가는 신소와 청원을 법이 정한데 따라 공정하게 심의 처리하도록”(제69조)하여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이러한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를 국가가 옹호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고인민회의,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지방인민회의, 지방인민위원회, 검찰소와 재판소 등 국가권력기구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사회주의헌법을 통해 북한도 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회주의국가로서 모든 근로인민은 물론 해외동포와 외국인의 이익까지도 옹호하고 보호하는 등 인민의 기본권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등을 밝힘으로써, 헌법상의 모든 국가기관이 인민의 권리를 수호하고 보장하는 인권보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북한은 신체의 자유와 정신적 자유 등 자유권적 인권 영역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해 적법절차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발전시키고 있다. 고용, 보건, 주택, 교육, 여성, 아동, 장애 등 사회권적 인권 영역에서도 사회권 중심의 인권관을 반영하고 있는 평등주의적 법제를 갖춘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인권 보장을 위한 인권이라 할 수 있는 신소와 청원의 권리 등 청구권적 인권도 법제도화 하고 있다(정태욱,『한반도평화와 북한인권』, 335-347쪽 참고).
현 제도를 통한 인권보장의 한계
신체적 보호를 위한 적법절차 및 죄형법정주의, 주거와 프라이버시의 권리, 이동의 자유, 종교의 자유나 언론·출판 및 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적으로 자유권적 인권에 대한 법체계적 형식은 갖추고 있지만, 정신적 자유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명문의 헌법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형법 제61조 반국가선전·선동죄, 제67조 민족반역죄 등 정치적인 범죄에 대한 광범위한 규정으로 인해 단지 사상과 양심의 차이를 이유로 한 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인민의 헌법적 권리와 생명재산을 보호하는데 이바지 한다”고 하는 사회안전단속법은 국가의 정치적 안전에 위협을 주는 행위를 단속하고 처벌하기 위해 그 권한을 사법기구가 아닌 사회안전기관에 부여함으로써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같이 적법절차와 죄형법정주의 근본을 위협하여 인권침해의 악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여전히 개별 법령에서의 법칙규정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형법과 형사소송법에서는 적법절차와 죄형법정주의가 어느 정도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법질서 전반의 원리로는 아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완전고용, 무상주거, 의료, 교육 등 북한의 사회복지의 이상은 매우 높으며, 그것은 북한 특유의 사회권 중심의 인권관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와서 자연재해와 더불어 사회주의경제권의 붕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북미 군사대립을 통한 북한의 군비증가, 정부기관원의 부정부패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현실에 있어서는 사회권적 인권 영역의 후퇴는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선군정치’의 모순으로 인해 인민보다는 군대를, 농업 및 생필품 중심의 경공업보다는 군수산업 중심의 중화학공업을 강화하면서 사회경제구조를 왜곡시켜 인민의 인권수준을 더욱더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특히, 사회경제구조의 왜곡은 여성,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차별과 배제로 작용하여 그들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신소와 청원의 권리 등 청구권적 인권은 인권보장을 위한 인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이 미흡할 경우 다른 모든 인권 또한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있다. 인권의 보장에서 법치보다 덕치를 중시하고 그것이 인덕정치라는 통치자의 배려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것이 북한이라고 할 때, 청구권적 인권의 보장은 북한인권 개선의 문제에 실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최근 미국 기자 석방과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의 경우처럼 헌법 및 개별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적 권리의 적용과 보장보다는 최고권력자의 정치적 결단이 우선적으로 작동되고 있어, 법의 목적과 내용이 인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라고 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하겠다.
북한의 사법부에 해당하는 재판소는 검찰소(헌법 제150조 3항)와 더불어 북한의 “주권과 사회주의제도, 국가와 사회협동단체 재산, 인민의 헌법적 권리와 생명자산을 보호”(제156조 1항)하며, “재판에서 독자적이며 재판활동을 법에 의거하여 수행”(제160조)토록 하여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과 기능,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조선로동당이 국가기관보다 우위에 있는 권력체제(제11조)이며, 남한의 3권분립과 같은 자유주의적 정치조직원리와 달리 내각(행정부), 재판소(사법부)에 대한 최고인민위원회(입법부) 우위의 권력구조를 이루고 있다(제87조). 이에 따라 최고재판소는 특별한 법규위반이 없는 경우에도 최고인민회의 앞에 책임을 지게 되어 있으며, 해당 인민회의에서 판사를 해임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검찰에 의해 재판 과정에 감독받는 상황이다.
이처럼, 북한체제의 특수성과 민주집중제의 원리에 비추어 재판소에 대한 최고인민위원회 우위의 권력구조, 재판소에 대한 인민통제와 인민에 대한 책임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인민민주주의의 자기교정 기능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성은 더욱더 소중하며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기구의 설립 필요성
이러한 사법제도 이외에도, 오늘날 국제사회는 기존의 사법적 권리구제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효과적인 인권보호 및 보장을 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기구는 시간과 비용 및 절차의 신속·간편성(간결성), 접근의 용이성, 권리구제의 실질성 등에 있어서 기존의 인권침해에 대한 사후적 권리구제기능을 보완하는 것 외에도 조사연구, 대정부 자문조언, 교육 홍보를 통한 사전적·예방적 권리구제기능도 아울러 수행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북한도 체제의 특수성과 법현실의 모순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유엔의 인권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목적에서 헌법이나 법률 또는 명령에 따라 정부가 설립하고, 인권의 증진 및 보호를 위한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을 고려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1999년 4월 28일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의에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국가조정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이는 교육성, 보건성, 외무성, 중앙검찰소, 중앙재판소, 인민보안성, 중앙통계국 등의 관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동과 관련한 국가기관의 협력과 감독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내부의 요구와 아동권리협약 최초이행보고서의 최종의견에 포함된 권고에 따라 설립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조정위원회는 아동권리협약의 관점에서 공민등록법 및 이행규칙의 재검토·구체화 권고, 아동에 대한 고문 및 그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에 대한 포괄적 재조사 수행, 아동관련 활동에 종사하는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 NGO와의 교류·협력 등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을 위한 국가조정위원회’,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 등이 있다.
이같은 북한의 사전예방적 권리구제제도로서의 인권보장체제 구축과 운영은 여러 국제인권규범 이행보고서를 통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구들이 국가권력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 견제, 시정하는 ‘인권수호기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한다면 파리원칙, 유엔의 설립권고안 등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관한 국제규범에 따라 정부나 정당 정치 또는 그밖의 국가인권기구의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나 상황들로부터 독립하여야 한다. 아동, 여성, 장애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인권 영역에서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보편적 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인권기구는 사법기관과는 별도로 국가권력기관으로부터의 인권침해로 인해 피해를 당한 인민의 권리를 구제하고,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는 물론 그에 대한 구제기능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국가인권기구의 설립과정에서 남한의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등 국제인권공동체의 공생적 협력이 요구된다.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을 통해 인민의 기본권과 모든 국가기관이 인민의 권리를 수호하고 보장하도록 인권보장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를 통한 인권의 보장은 그 법규범화 자체의 한계뿐 아니라 법현실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사회주의국가라고 하는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1) 북한은 현재의 법제도를 보다 인권적으로 정비하고 독립된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하는 등 인민의 자유와 권리, 행복한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할 것이다.
1) 「로동신문」, 2008년 11월 6일(목)자 “제국주의자들의 <인권옹호>, <민주주의> 타령은 궤변이다”라는 기사에서, “인권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며, “인권은 정치, 경제, 사상문화를 비롯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인민들이 행사하여야 할 자주적권리”라고 전제한 뒤, “인간의 자주적권리를 원만히 보장하는 사회가 진정한 인민적사회”라고 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근로인민대중의 의사를 집대성한 정치이”며, “광범한 근로인민대중의 의사에 따라 정책을 세우고 인민대중의 리익을 철저히 옹호하며 인민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권리, 행복한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는데 민주주의의 본질이 있다”고 하면서, 북한만이 “세상에 참다운 민주주의는 오직 하나 사회주의적민주주의”라고 했다.
국가를 이상상·최고선의 실현이라고 보는 플라톤 이래 국가의 기원과 국가의 목적 또는 존재이유 등 국가의 본질론에 대한 논쟁은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230여개 이상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으며 192개 국가가 유엔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 논쟁과는 별개로 실질적 측면에서는 더 이상 국가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하겠다. 주권의 소재에 따라 국민주권이냐 군주주권이냐, 주권의 행사방식이 입헌적이냐 전제적이냐, 생산수단의 소유여부에 따라 자본주의이냐 사회주의이냐 등을 불문하고 현대사회의 국가는 그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헌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등을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들은 결과적으로 헌법상의 모든 국가기관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고 보장하는 인권보장체제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북한 사회주의헌법상의 인권보장체제
북한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헌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1948년 9월 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승인한 후 2009년 현행 헌법 개정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승인, 제정, 개정, 수정·보충 등이 이루어졌다. 199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주권은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제4조)으며, 국가는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어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된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보호한다”(제8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에 있는 조선동포와 “자기 령역안에 있는 다른 나라 사람의 합법적 권리와 리익”까지도 국가가 옹호하고 보호하도록 규정한다.
제5장에서는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는 모든 공민에게 참다운 민주주의적 권리와 자유, 행복한 물질문화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제64조)하고, “공민은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다 같은 권리를 가진다”(제65조) 그리고 “공민은 신소와 청원을 할 수 있다. 국가는 신소와 청원을 법이 정한데 따라 공정하게 심의 처리하도록”(제69조)하여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이러한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를 국가가 옹호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고인민회의,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지방인민회의, 지방인민위원회, 검찰소와 재판소 등 국가권력기구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사회주의헌법을 통해 북한도 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회주의국가로서 모든 근로인민은 물론 해외동포와 외국인의 이익까지도 옹호하고 보호하는 등 인민의 기본권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등을 밝힘으로써, 헌법상의 모든 국가기관이 인민의 권리를 수호하고 보장하는 인권보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북한은 신체의 자유와 정신적 자유 등 자유권적 인권 영역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해 적법절차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발전시키고 있다. 고용, 보건, 주택, 교육, 여성, 아동, 장애 등 사회권적 인권 영역에서도 사회권 중심의 인권관을 반영하고 있는 평등주의적 법제를 갖춘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인권 보장을 위한 인권이라 할 수 있는 신소와 청원의 권리 등 청구권적 인권도 법제도화 하고 있다(정태욱,『한반도평화와 북한인권』, 335-347쪽 참고).
현 제도를 통한 인권보장의 한계
신체적 보호를 위한 적법절차 및 죄형법정주의, 주거와 프라이버시의 권리, 이동의 자유, 종교의 자유나 언론·출판 및 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적으로 자유권적 인권에 대한 법체계적 형식은 갖추고 있지만, 정신적 자유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명문의 헌법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형법 제61조 반국가선전·선동죄, 제67조 민족반역죄 등 정치적인 범죄에 대한 광범위한 규정으로 인해 단지 사상과 양심의 차이를 이유로 한 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인민의 헌법적 권리와 생명재산을 보호하는데 이바지 한다”고 하는 사회안전단속법은 국가의 정치적 안전에 위협을 주는 행위를 단속하고 처벌하기 위해 그 권한을 사법기구가 아닌 사회안전기관에 부여함으로써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같이 적법절차와 죄형법정주의 근본을 위협하여 인권침해의 악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여전히 개별 법령에서의 법칙규정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형법과 형사소송법에서는 적법절차와 죄형법정주의가 어느 정도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법질서 전반의 원리로는 아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완전고용, 무상주거, 의료, 교육 등 북한의 사회복지의 이상은 매우 높으며, 그것은 북한 특유의 사회권 중심의 인권관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와서 자연재해와 더불어 사회주의경제권의 붕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북미 군사대립을 통한 북한의 군비증가, 정부기관원의 부정부패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현실에 있어서는 사회권적 인권 영역의 후퇴는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선군정치’의 모순으로 인해 인민보다는 군대를, 농업 및 생필품 중심의 경공업보다는 군수산업 중심의 중화학공업을 강화하면서 사회경제구조를 왜곡시켜 인민의 인권수준을 더욱더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특히, 사회경제구조의 왜곡은 여성,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차별과 배제로 작용하여 그들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신소와 청원의 권리 등 청구권적 인권은 인권보장을 위한 인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이 미흡할 경우 다른 모든 인권 또한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있다. 인권의 보장에서 법치보다 덕치를 중시하고 그것이 인덕정치라는 통치자의 배려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것이 북한이라고 할 때, 청구권적 인권의 보장은 북한인권 개선의 문제에 실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최근 미국 기자 석방과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의 경우처럼 헌법 및 개별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적 권리의 적용과 보장보다는 최고권력자의 정치적 결단이 우선적으로 작동되고 있어, 법의 목적과 내용이 인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라고 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하겠다.
북한의 사법부에 해당하는 재판소는 검찰소(헌법 제150조 3항)와 더불어 북한의 “주권과 사회주의제도, 국가와 사회협동단체 재산, 인민의 헌법적 권리와 생명자산을 보호”(제156조 1항)하며, “재판에서 독자적이며 재판활동을 법에 의거하여 수행”(제160조)토록 하여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과 기능,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조선로동당이 국가기관보다 우위에 있는 권력체제(제11조)이며, 남한의 3권분립과 같은 자유주의적 정치조직원리와 달리 내각(행정부), 재판소(사법부)에 대한 최고인민위원회(입법부) 우위의 권력구조를 이루고 있다(제87조). 이에 따라 최고재판소는 특별한 법규위반이 없는 경우에도 최고인민회의 앞에 책임을 지게 되어 있으며, 해당 인민회의에서 판사를 해임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검찰에 의해 재판 과정에 감독받는 상황이다.
이처럼, 북한체제의 특수성과 민주집중제의 원리에 비추어 재판소에 대한 최고인민위원회 우위의 권력구조, 재판소에 대한 인민통제와 인민에 대한 책임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인민민주주의의 자기교정 기능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성은 더욱더 소중하며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기구의 설립 필요성
이러한 사법제도 이외에도, 오늘날 국제사회는 기존의 사법적 권리구제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효과적인 인권보호 및 보장을 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기구는 시간과 비용 및 절차의 신속·간편성(간결성), 접근의 용이성, 권리구제의 실질성 등에 있어서 기존의 인권침해에 대한 사후적 권리구제기능을 보완하는 것 외에도 조사연구, 대정부 자문조언, 교육 홍보를 통한 사전적·예방적 권리구제기능도 아울러 수행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북한도 체제의 특수성과 법현실의 모순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유엔의 인권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목적에서 헌법이나 법률 또는 명령에 따라 정부가 설립하고, 인권의 증진 및 보호를 위한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을 고려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1999년 4월 28일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의에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국가조정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이는 교육성, 보건성, 외무성, 중앙검찰소, 중앙재판소, 인민보안성, 중앙통계국 등의 관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동과 관련한 국가기관의 협력과 감독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내부의 요구와 아동권리협약 최초이행보고서의 최종의견에 포함된 권고에 따라 설립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조정위원회는 아동권리협약의 관점에서 공민등록법 및 이행규칙의 재검토·구체화 권고, 아동에 대한 고문 및 그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에 대한 포괄적 재조사 수행, 아동관련 활동에 종사하는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 NGO와의 교류·협력 등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을 위한 국가조정위원회’,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 등이 있다.
이같은 북한의 사전예방적 권리구제제도로서의 인권보장체제 구축과 운영은 여러 국제인권규범 이행보고서를 통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구들이 국가권력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 견제, 시정하는 ‘인권수호기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한다면 파리원칙, 유엔의 설립권고안 등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관한 국제규범에 따라 정부나 정당 정치 또는 그밖의 국가인권기구의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나 상황들로부터 독립하여야 한다. 아동, 여성, 장애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인권 영역에서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보편적 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인권기구는 사법기관과는 별도로 국가권력기관으로부터의 인권침해로 인해 피해를 당한 인민의 권리를 구제하고,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는 물론 그에 대한 구제기능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국가인권기구의 설립과정에서 남한의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등 국제인권공동체의 공생적 협력이 요구된다.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을 통해 인민의 기본권과 모든 국가기관이 인민의 권리를 수호하고 보장하도록 인권보장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를 통한 인권의 보장은 그 법규범화 자체의 한계뿐 아니라 법현실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사회주의국가라고 하는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1) 북한은 현재의 법제도를 보다 인권적으로 정비하고 독립된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하는 등 인민의 자유와 권리, 행복한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할 것이다.
1) 「로동신문」, 2008년 11월 6일(목)자 “제국주의자들의 <인권옹호>, <민주주의> 타령은 궤변이다”라는 기사에서, “인권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며, “인권은 정치, 경제, 사상문화를 비롯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인민들이 행사하여야 할 자주적권리”라고 전제한 뒤, “인간의 자주적권리를 원만히 보장하는 사회가 진정한 인민적사회”라고 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근로인민대중의 의사를 집대성한 정치이”며, “광범한 근로인민대중의 의사에 따라 정책을 세우고 인민대중의 리익을 철저히 옹호하며 인민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권리, 행복한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는데 민주주의의 본질이 있다”고 하면서, 북한만이 “세상에 참다운 민주주의는 오직 하나 사회주의적민주주의”라고 했다.
- 정태욱,『한반도평화와 북한인권』, 도서출판 한울, 2009
- 국가인권위원회,『국가인권기구―인권증진 및 보호를 위한 국가기구 설치와 강화 관련 안내서』, 2004
- 「경향신문」, 2009년 8월 26일(수)
- 「한겨레」, 2009년 8월 26일(수)
- 「로동신문」, 2008년 11월 6일(목)
- 통일부 홈페이지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북한정보센터 자료실
-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이행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제2차 정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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