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시스템과 프라이버시 토론회
전 세계의 전화, 팩스, 휴대폰이 감시당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모든 e-mail이 국가권력이 설치한 메일박스에 자동 저장, 검열된 후 개인에게 통보된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18일 연세대에서 열린 진보네트워크(대표:김진균, 이하 진보넷)가 주관한 '감시시스템과 프라이버시 국제 토론회'에 참석한 국제적인 프라이버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가권력이 정보감시체계를 위한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동의 대응방향을 모색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영국의 노동네트워크 운영자인 크리스 베일리는 "1947년 2차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이 독일의 통신망을 도청하기 위해 구축된 세계에서 가장 큰 커민트(편집자주 : 공학용어, 네트워크로 전달되는 물리적인 정보를 가로채는 기술)시스템인 에셜론은 이제 세계의 도청기지를 하나의 체인망으로 연결하여 케이블과 통신위성에서 교환되는 모든 정보를 도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크리스 씨는 "미 군사정보국이 사파티스타가 인터넷을 통해 전지구적인 투쟁을 벌인 것을 예로 들어 에셜론의 필요성을 강조한 보고서가 이미 공개됐다"며 "미국이 전세계 민중운동진영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에셜론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프라이버시 전문가인 오구라 토시마루(도야마 대학, JCA NET 대표)교수는 "일본의 집권(연립) 여당이 99년 10월 도청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후 경찰청과 법무부는 임시 메일박스를 만들어 ISP(Internet Service Provider)에 설치한 후, 목표하는 e-mail에 접근하여 언제든지 원하는 Target의 e-mail을 열람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도청법에 의해 법원이 허가하기만 하면 통신업체 고객의 통화내용을 도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구라 교수는 이러한 일본 정부기관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정부와 일본과의 모종의 협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일본 도청법 입안과 관련하여 미국정부의 내부토론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청했을 때 CIA는 이것을 공개할 경우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며 거절한 것"을 예로 들었다. 즉, 일본의 도청계획이 미국 국가안보와 모종의 관련을 맺고 있다면 에셜론을 극복하는 또 다른 지구적 감시네트워크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홍성태(사회학자) 박사는 "정보화 사회에서의 감시체계는 '생각할 자유'와 '표현할 자유'의 통제를 통해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원천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대안으로 "감시자인 국가를 역감시 할 수 있는 처벌조항이 있는 정보공개법의 도입과 국민감시의 근본적인 소스가 되고 있는 주민등록제도가 전면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