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도소 직무상 과실 인정, 구타의혹은 외면
지난 9일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민사합의 1부(재판장 박동영)는 의정부교도소에서 발생한 황영환 씨 사망사건과 관련, 교도소 측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하고 국가가 황 씨 유족에 대하여 7천7백27만여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관련기사: 인권하루소식 2000년 12월 21,22,27일자>
고 황영환 씨(당시 39세)는 지난해 12월 벌금 96만원을 내지 못해 노역형 3월을 받고 교도소에 입소한 지 5일만에 사망했다. 외부 병원으로 옮겨진 황씨의 시신 여기저기에는 구타를 의심케 하는 멍 자국들이 남아있었지만 교도소 측은 구타의혹을 전면 배제했다. 황 씨가 입소 때부터 헛소리를 하는 등 간질 증세를 보였다며 지병(알콜중독)에 의한 사망일뿐이라고 일축해왔던 것이다.
미궁에 빠지는 듯했던 이 사건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것은 고 황영환 씨와 같은 감방에 있던 박아무개 씨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올해 3월경 경인방송에서 노역형과 교도소 내 의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이를 본 박 씨는 “황영환 씨가 혼잣말을 하면서 방안을 서성거리자 재소자 김아무개 씨가 뒤에서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고 제보한 것. 당시 황씨는 쓰러진 후 일어나지 못했지만 교도소 측은 그를 외부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국 △수감자의 폭행행위를 감시할 교도관이 의무를 게을리 해 폭행사고가 발생했고 △폭행에 의한 외상에 적절한 치료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황씨를 다른 수용실로 옮겨달라는 같은 방 수용자들의 요구가 사고 이틀 전부터 있었고 △폭행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삼아 교도관들의 직무집행상 과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 판결은, 교도관들(또는 경비교도대)에 의한 구타 의혹에 대해 “입증할 수 없다”는 한 마디를 앞세워 외면했다는 점에서 비난 또한 면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황씨 사망 후 소내 조사과정에서 재소자들은 황씨가 사고전날 교도관들에게 끌려가 맞았다고 호소하며 다리의 멍 자국을 보여주었다고 진술했다. 이것은 교도소 측의 진술과도 합치한다. 그러나 조사계장은 그들을 윽박지르면서 다시 그 말을 못하게 하고 이에 대한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재소자를 조사함에 있어 다른 재소자들의 진술서를 보여주며 답변을 일관되도록 유도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고 황영환 씨 사건은 교도관들의 자체조사 관행이 교정시설 내 사망사건의 진실 규명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교도소의 심각한 의료문제, 분류수용원칙의 준용, 노역형에 대한 유예제도 및 대안처벌 마련의 필요성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