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아래집 침탈…경찰 소극적 대응, 폭력 재발 부채질
에바다 농아원의 정상화 노력을 위협하는 폭력사태가 극에 다다르고 있다. 이에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폭력사태의 재발을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6일 새벽 0시 20분 경, 경기도 평택의 해아래집에 에바다농아원생들 10명이 침입, 자고 있던 농아인 2명을 구타하고 집기를 파손했다. 당시 해아래집에는 여교사 3명과 에바다 농아학교 학생과 졸업생 15명이 자고 있었다. 신연실 교사에 따르면, 원생들은 문과 유리창을 부수며 들이닥친 후 20여분 간 일부는 망을 보고, 일부는 외부와 연락이 가능한 전화와 팩스를 부수고 또 다른 일부는 이경훈 씨와 이성존 씨를 찾아 집중 구타했다. 두 이씨는 15일 밤 방영된 MBC 피디수첩에서 옛 비리재단 측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고 한다. 이후 원생들은 진위파출소 경찰 1명이 현장에 출동하자, 기다리고 있던 산타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이번 일로 인해 이성존 씨는 입안 전체가 터졌고, 이경훈 씨는 이미 다쳤던 다리를 집중적으로 맞아 현재 송탄의 중앙성심병원에 입원 중이다. 또 해아래집의 농아 아이들은 "무서워서 에바다 학교에 못 가겠다"고 해, 18일엔 해아래집에서 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에바다 복지회의 박래군 이사(인권운동연구소 연구원)와 박경석 이사(노들장애인학교 교장)는 18일 아침 11시께 농아원을 찾아가 2시간 여 동안 원생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원생들은 정문을 가로막고 이들에게 똥물과 오줌을 끼얹었다. 또 함께 갔던 오마이뉴스 기자의 디지털카메라 부품과 취재자료를 빼앗기도 했다.
한편, 이번 해아래집 폭력 사태는 지난 달 28일 권오일 교사 등을 폭행한 동일인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경찰의 미진한 대응이 폭력의 재발을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달 28일 일단의 농아원생들은 법원 직원이 가처분결정을 붙이러 가는데 동행했던 권오일 교사와 남정수 에바다복지회 임시사무국장을 집단 폭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평택경찰서 형사계 관계자는 "폭력 가해자들이 1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말뿐 "현장에선 뭘 했냐. 왜 수사가 미진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에바다복지회 이사 중 한명인 김칠준 변호사는 "가해자가 농아인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평택경찰서의 수사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해아래집 침탈은 조직적이면서 계획된 폭력"이라며 "지난 달 28일의 폭력사태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이란 말만하며 즉각 대처하지 않음으로써, 배후세력이 농아인들을 폭력에 물들게 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96년부터 온갖 비리와 인권유린 사실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옛 재단쪽은 이후 남아있는 농아원생들을 사주해 새로 구성된 민주적 이사진들의 농아원 출입을 막고 폭행을 가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아래집의 신 교사는 "폭력에 가담한 농아원생들이 원래 나쁜 애들은 아니었다"며 "이 아이들이 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적극 조사해 배후를 밝히고 아이들을 그들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