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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의문사 토론, 관계기관 전원불참

핑계도 갖가지…'월드컵 바쁘다', '우린 협조 잘한다'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에 대한 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가 극을 치닫고 있다. 이는 23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공개토론회'에 국정원, 기무사, 검찰, 경찰이 일제히 참석하지 않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위원장 한상범, 아래 의문사위) 주최로 열린 「<의문사진상규명의 현황과 과제>에 관한 대국민 공개토론회」에는 '의문사 진상규명과 관계기관의 협조'라는 주제발표가 있을 예정이었다. 애초 의문사위는 이 주제와 관련해 국정원 등 관계기관에 토론자로 참석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갖가지 이유를 대며 불참을 통보해 왔다고 의문사위 유한범 홍보팀장은 밝혔다.

기무사는 '월드컵을 앞두고 대테러 활동에 대단히 바쁘다'고 답변했으며, 검찰은 '자신들은 (의문사위 활동에) 협조를 잘 하고 있어 특별히 토론회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불참이유를 밝혔다. 또 경찰은 애초 최모 형사과장을 참석시키기로 했다가, 다른 기관에서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후 돌연 방침을 바꿨다.

특히 국정원은 '국정원 규정에 자기 직원이 이름을 밝히고 공개토론회에 나가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핑계를 댔으나, 이는 거짓임이 쉽게 판명됐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청문회'에 신상엽 과장을 참석시켜 법안 제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바 있다. 국정원이 입법예고한 테러방지법은 테러의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해 '테러방지'라는 명분으로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국 국정원은 자신의 이해와 요구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


"국정원 등은 피진정기관일 뿐"

이에 대해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이은경 사무처장은 "이런 자리에 나와서 자신의 입장을 왜 당당히 밝히지 못하냐"며, "이는 관계기관이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또 관계기관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에서 의문사위 김준곤 제1상임위원은 '관계기관의 협조'라는 표현을 쓰지 말 것을 강조하며, "그들은 피진정기관으로 조사의 대상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김 상임위원에 따르면, 의문사위가 관련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할 때 피진정기관들은 보안, 개인정보유출, 사건과의 무관함 등을 이유로 협조를 거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의문사 관련 자료는 보안을 통해 얻을 국가의 이익이 없고 △의문사위도 국민의 사생활 보호 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유출이라 볼 수 없으며 △관련자료가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은 피진정기관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김 상임위원은 반박했다.

한편, 유가족대책위 김두원 위원은 "우리 유가족은 화해를 하고자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진실을 밝히고 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에 대한 관계기관의 협조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