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영세노동자, 경총 앞 천막농성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대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25일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북일반노조․평등노조․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소속 활동가들이 이날 경총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전북일반노조 유기만 집행위원은 "낮게 책정되는 최저임금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현실화해 저임금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에서 농성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제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기업들은 매년 일정 수준으로 정해진 최저임금 이상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액은 월 평균 47만4천6백원(시간당 2천1백원)이다.
유 집행위원은 "현재의 최저임금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생존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수준에서 기본급을 맞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낮은 기본급을 받는 노동자들은 겨우 먹고살기 위해 잔업․철야를 1백~1백50시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상시위탁집배원 노동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법에 턱걸이하는 50만1천원이며, 낮은 기본급을 보충하기 위해 이들은 한달 1백92시간의 법정 근로시간 외에 1백~2백시간에 달하는 시간외 근무를 한다고 한다.
이에 앞서 18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최저임금제' 관련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유병홍 정책기획실장은 "소득 상위 20% 계층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하위 20% 계층의 임금 수준은 97년 22.3에서 지난해 18.6으로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며 "저임노동자를 보호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최저임금액은 월 61만2백원(시간당 2천7백원).
하지만 그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홍순영 상무는 "중소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감안하지 않고 최저임금 등 기준임금을 과도하게 상승시킬 경우 중소제조업의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사용자 측은 월 48만5천9백원~49만4천4백88원(시간당 2천1백50~2천1백88원)을 주장하고 있다.
오는 28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9월부터 1년간 적용될 법정 최저임금을 최종 의결하면 노동부장관은 이를 8월께 고시한다. 이에 농성자들은 28일까지 경총 앞 천막농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매일 아침 6시30분 최저임금심의위원회를 찾아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농성단은 전기․보일러 등의 관리나 경비 일을 하는 감시단속 노동자와 여성용역 노동자들까지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구미영 씨는 "이를 위해 하반기에도 최저임금제도의 개선 투쟁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