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속, 어린이인권캠프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인권운동사랑방 주최로 경기도 양평의 한 수련원에서 어린이인권캠프가 열렸다. 이번 캠프에는 초등학교 4·5·6학년 어린이 32명과 선생님 10여명이 함께 했다.
인권체험마을은 구체적인 문제와 활동방식으로 재구성돼 기대가 컸다. 앞 모둠의 아이가 외로웠던 경험을 종이에 적고 다음 모둠의 아이가 해결책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외로워 마을'. 왕따 당하면 다른 친구를 사귀라거나, 아이들이 수가 맞지 않는다고 놀이에 끼워주지 않으면, 심판을 보다가 반칙하는 친구대신 들어가라는 등 나름의 묘책들이 등장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기초정보를 주기 위한 '무서워 마을'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체벌과 욕설, 술 주정,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 등에 대해 성토했다.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무책임하거나 폭력적인 어른들의 모습에 많이 노출돼 있음을 보여줬다.
'튼튼해 마을'에서는 백혈병에 걸린 또래 아이의 상황을 놓고 한달 동안의 약값만도 수백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을 하게 된 아이들은 약이 필요한 사람에게 왜 무료로 주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회사 앞에서 집회를 해 약값을 내려야 한다거나 정 방법이 없다면 약을 훔쳐서라도 환자에게 줘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아이들이 직접 인권포스터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그 중 '놀 권리'를 그린 포스터는 쉴 수 없는 마을에서 본 축구공을 꿰매야 하는 인도 어린이와 밖에 나가 놀고싶은 참가자들을 같이 그려 눈길을 끌었다.
매년 여름 인권캠프를 통해 벌써 2∼3년째 만나는 아이들이 있다. 쉬지 않고 장난거리를 찾고있는 아이들의 마음 한켠 자리잡은 어른 못지 않은 진지함이 드러날 땐, 그간의 수고로움도 아까울 것이 없다. 그러나 방학이면 쏟아지는 각종 캠프 속에서 인권캠프 역시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교양과목이 돼 입으로만 정답을 외게될 위험도 무시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