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안이 뜨거운 물을 붓거나 몸을 질질 끄는 등 노숙인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철도공안에 의한 역 주변 노숙인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문헌준 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2∼3시 경 노숙인 이모 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서울역 안에서 잠을 자다 철도 공안원들에 의해 20∼30미터 이상 바닥에 질질 끌려 역 밖으로 내쫓겼다"며 "이로 인해 이 씨는 상반신 가슴과 어깨·등·귀 등에 심한 찰과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문 씨는 "지난 달 21일 내지 22일 저녁 무렵, 노숙인 김모 씨는 서울역 내 공안분실에서 이름·주소·주민번호 등 신분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말을 더듬거린다는 이유로 철도공안이 욕설과 함께 목덜미 부위에 컵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붓는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전했다.
문 씨는 "지난달 23일 서울역 노숙인 무료진료소에 치료받으러 온 이 씨와 김 씨에게서 이같은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이 일로 김 씨는 목덜미에 1∼2도의 화상을 입어 10여일 넘게 치료를 받았고, 이 씨는 현재 동부시립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역 공안담당관실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뭔가 잘못 알고 제보한 것"이라며 "(가해자로 지목된) 그 사람들은 그 날 근무도 안 했고 정확한 증거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씨는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걸 직접 목격했고, 실제 안 당하고서 정황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공안담당관실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평소에도 노숙인들이 철도공안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헌준 씨는 "노숙인들이 공안분실 안으로 끌려 들어가 폭행당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심지어 공안원들이 오면, 파출소로 도망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고 파출소 순경이나 홍익회 매점, 역 주변 포장마차 아줌마 다들 알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자유의 집' 노숙인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하는 최성영 씨는 "공안분실에서 취조도 많이 당하지만 지하실(서울역 1층)에 내려가면 더 심하게 맞는다고들 말한다"고 전했다. 서울역은 광장과 연결돼 있는 지상 2층에 철도청 공안분실이 있고 1층에 조사실과 보호실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철도청 공안담당실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면서 "조사를 안 해봤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다 없다 말할 수 없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 정은일 목사는 "철도 공안들 입장에선 이용객들의 편의를 생각해야 하는 책임감 같은 게 있다는 건 안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노숙인들을 막대하거나 인권을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사고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헌준 씨는 이번 사안을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며 "국가인권위가 철저히 조사해 철도청으로부터 재발방지를 약속받고, 공안분실과 지하실(서울역1층)까지 다 공개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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