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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형평운동의 재인식』

엮은이 : 형평운동 70주년 기념사업회/ 펴낸 곳: 솔 출판사 / 1993년/ 287쪽


‘백정’이라는 신분의 장벽을 넘어 ‘평등’한 사회를 꿈꾸던 형평운동을 ‘자생적인 인권투쟁’으로 평가한 책이 있다. 이 책은 비록 9년 전에 출판되었지만 ‘형평운동’을 한국 인권운동의 역사로 기록하고 재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또 ‘형평운동이 80여 년 전에 일어난 과거사건을 넘어 지금 여기에서 ‘사회운동’으로 계속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형평운동의 정신, 운동전략, 일본 수평운동과의 연대 등 사회운동적 시각에서 충실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형평운동이란 백정들의 신분해방 운동으로 1923년 4월 25일 진주에서 ‘형평사’의 설립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형평운동은 당시 사회에서 가장 낮은 자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단지 백정만의 신분해방을 넘어 평등적 지향, 사회구조적 변혁, 민족적 연대를 담고 있었다. 당시 백정은 도살업․제혁․유세공 등에 종사하는 천민층으로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법적으로는 해방되었으나, 현실에서는 여러 종류의 차별을 받고 있었다. 호적에 붉은 점으로 백정임을 표시하게 하고, 입학원서․관공서에 제출하는 이력서 등에 반드시 신분을 기록하도록 했다.

형평운동에 대한 재해석 작업은 우리에게 서구 중심의 근대적인 인권개념을 넘어 자생적인 인권투쟁의 역사로서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게 하는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이에 대해 저자로 참여한 이안 니어리 씨는 “한국의 형평운동과 일본의 수평운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아시아에서 인권개념 성립과정을 주시하며 동아시아의 인권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알리는 것이 인권에 대한 연구문헌을 살찌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