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주의 병역거부자 최준호 씨 실형 선고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개시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전쟁지지 대국민담화가 발표된 20일, 충남 홍성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또 한 청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홍성지방법원(판사 이재석)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지난 달 구속기소된 최준호 씨(22세)에게 병역법 위반으로 1년6월형을 선고했다.
풀무농업기술학교를 수료하고 평소 생태주의적 신념을 지녀왔던 최 씨는 재판부에 제출된 장문의 병역거부 소견서를 통해 "모든 것들을 황폐화시키는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 나의 양심이며, 따라서 병역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에게 군대와 전쟁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적 삶과 공동체를 파괴할 뿐이며 힘있는 자를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최 씨는 자신의 병역거부는 "좁게는 사람을 죽이는 도살기술에 대한 거부이며, 넓게는 사회체제에 대한 반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최 씨의 신념을 이해한다면서도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그에게 감옥행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공판에는 지난해 이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현재 불구속 재판 과정에 있는 유호근 씨도 참석했다. 유 씨는 "최준호 씨에게 1년6월형을 확정한 재판이 끝난 후, 이라크 개전 소식을 듣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유 씨는 "비록 전쟁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전쟁과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신념에 따라 반전 직접행동을 벌여왔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이제 또다시 전쟁중단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반전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렇게 전쟁에 반대하는 신념에 따라 또 한 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차라리 차가운 감옥철창을 선택한 날, 노무현 대통령은 지켜질지 모를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서 기꺼이 수많은 이라크 어린이들을 죽이는 학살범이 되겠노라고 천명했다. 그가 죽이겠다고 나선 사람들 중에는 인간방패가 되어 이라크에 남은 한국의 평화운동가들도 섞여있다. 그의 선택은 도대체 누구의 평화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