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활동가가 말하는 '병역거부 운동의 동향과 전망'
17일 해외 활동가로부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가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1983년 독일의 징병제에 맞서 병역과 대체복무 모두를 거부했던 반전평화 운동가 안드레아스 스펙(반전 인터내셔널) 씨가 참여해, 반군사주의의 일환으로서의 '병역거부' 운동의 경험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해 관심을 끌었다.
스펙 씨는 "군과 관련한 모든 것을 거부하는 원칙적인 행동으로서 '군대의 인원을 보충하는 수단'인 징병제 뿐 아니라 '국방의 민간 부분을 담당'하는 대체복무까지 반대했다"며, "병역거부에 이르는 두 가지 접근 방식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는 것이 (병역거부) 운동의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가지 접근이란 △양심의 자유를 위해 개인의 권
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징병제를 폐지하고 군을 없애는 수단으로 병역거부를 사용하는 반군국주의적인 것이다.
스페인의 병역거부자들은 스페인 정부가 입법·시행했던 대체복무제에 대해서도 '징병제의 종속물'이라고 반대했다. 이에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수천 명이 감옥행을 불사한 결과, 대체복무제를 포함해 스페인의 징병제는 결국 폐지됐다. 이에 대해 스펙 씨는 "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강조점이 있다기 보다는,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집단적 시민불복종 운동으로서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의 접근은 군사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이러한 접근방식은, 독일의 경우, 군대 대신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개인적이고 탈정치적인 병역거부자를 낳은 한편, 독일사회가 군사국가화 되는 것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평했다.
스펙 씨는 또 "국가안보 이데올로기가 강한 상황에서는 개인이 병역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군대가 국민을 징집하고 동원하는 것에 대한 도전"이라며, "한국에선 두 가지 접근이 큰 차이로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법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군사적인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할 것인지 등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펙 씨는 "미국 및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징병제가 폐지됐지만 그 주된 동기는 군사의 현대화 필요성에 따른 것이었다"며, "직업군인제라고 해서 군사주의가 약화되지 않았다"고 병역거부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