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인권영화제, 미 정부 학살 고발 영화 상영
미국이 아프간을 침략한 2001년 11월, 마자르에서 미군은 탈레반 포로 8천여 명을 이송하고 있었다. 이 중 유엔이나 국제기구에 넘겨지는 사람들을 제외한 약 4천명은 3백km 떨어진 감옥으로 옮겨지는 도중이었다. 그러나 도착한 포로는 3천여 명뿐. 나머지 1천여 명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다음달 23일-28일 개최되는 7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아프간 학살 Afghan Massacre>은 이 내막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독일 감독 제이미 도란은 당시 포로였던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군의 포로 학살을 충격적으로 고발한다. 독일에서 방송되자 미국이 즉각 이 영화가 거짓말투성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작품은 미국의 전쟁 범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이 외에도 미국의 전쟁광기를 드러내는 여러 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숨겨진 전쟁 Hidden War>은 걸프전의 분석을 통해 미국의 전쟁 수행의 음모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작품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과연 미국의 대 이라크전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라는 의문과 왜 미국이 집요하게 후세인을 타도하려 하는지, 그리고 미국 내에서 일었던 걸프전 신드롬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논증하고 있다.
미국 극좌파 학생운동이었던 '웨더맨 Weather Man'의 활동을 통해 미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웨더 언더그라운드 Weather Underground>는 전쟁으로 치닫는 미국의 국가폭력의 잔인한 실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미국 좌파 학생운동의 한 분파였던 '웨더맨'은 베트남의 피비린내가 전 세계에 진동하던 6, 70년대 '전쟁을 여기에서'라는 구호 아래 미 정부를 상대로 폭력혁명을 주도했다. 이 활동으로 75년형을 선고받고 아직도 수감 중인 티모시 레리를 비롯해 당시 '혁명'을 주도했던 인물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한 이 작품은 '폭력'혁명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미국 정부가 휘두른 '국가 폭력'을 적나라하게 일깨워주는 영화이다. 당시 미 정부는 베트남전을 수행하면서 국내 반전․민중 운동을 무참히 '총살'하고 있었다. 영화는 이에 맞선 이들의 폭력투쟁이 중동 젊은이들의 자살공격과 다를 바 없는 처참한 항거였다는 뼈아픈 자각으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