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미국은 땅도 큰데 이라크 땅까지 왜 뺏으려 그래?"
8살 된 아이가 미군이 이라크 팔루자를 무차별 폭격하는 것을 보더니 물었다.
나는 며칠 전 책방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책방에 온 20대 초반의 학생에게 전범민중재판을 알리는 글을 주었다.
"이라크 침략에 반대하는 글이에요. 우리의 작은 평화 운동이 이라크 아이들을 살릴 수 있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저는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잘 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이 세계는 누군가 경찰 노릇을 해야 하고 지금은 미국 밖에 없잖아요. 미국말을 듣지 않는 나라들은 살 수가 없죠." "그러면 이라크 사람들이 미국의 점령을 반대하고 이라크 저항 세력들을 도와서 같이 싸우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요?" "그것은 테러리스트들이 무서워서 그래요. 대부분의 이라크 사람들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좋아해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그건 제 느낌이에요." "그러면 미국이 이라크 침략을 끝내고 한반도 북녘을 침략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군대 가야지요. 총 들고 북한과 싸워야지요. 북한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와서 공산화시킨다고 생각해 봐요."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세상은 어차피 약육강식이니 힘센 나라에 빌붙어 살아야 하고 전쟁 반대를 위한 평화 운동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전쟁을 해서라도 한반도 전체를 자본주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그뿐일까. 지금의 학교 교육은 살아있는 목숨을 아끼고 섬기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서는 남의 목숨을 죽여도 되고 그런 일을 하는 침략 전쟁에 군대를 보내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학교는 왜 평화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생각 끝에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 사람들이 이라크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사람 목숨보다 돈을 더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야. 그것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지. 일제 시대에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이 그랬고 지금 이라크 사람들도 그래. 그리고 아빠는 미국이 이라크 땅을 뺏으려는 것을 싫어해서, 책방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벌주는 종이(전범민중재판 기소장)를 나눠주며 평화 운동을 하고 있어." "아빠, 그럼 나도 친구들 것 안 뺏고 사이좋게 지내면 평화를 이루는 거네!"
나는 아이와 나눈 짧은 대화에서 작은 평화를 찾았다.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온갖 경쟁심을 통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자본주의 교육, 돈을 벌기 위해서 남을 마구 죽여도 된다는 살육의 교육에서 벗어나는 곳에 있다. 온갖 국가 경쟁력이라는 이름 앞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잃어 가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맑은 눈을 통해 평화의 마음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 은종복 님은 '풀무질' 서점 일꾼입니다.
- 2697호
- 은종복
- 200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