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단식농성까지 왔다. '네이스에서 개인정보영역을 즉각 삭제하라.' 온갖 인권현안들을 손에서 잠시 내려놓고, 혼을 빼놓는 무더위와 조만간 찾아들 여름 장대비와의 싸움도 불사한 채 인권활동가들이 하늘을 지붕 삼아 단식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다. 이는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권침해의 현실을, 커다란 인권 재앙을 몰고 올 '빅 브라더'의 도래를 묵과할 수 없다는 인권활동가들의 절박한 외침이기도 하다.
지난 1일 교육부가 네이스의 시행 여부를 각급 학교에서 결정하도록 '지시'한 이래,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독단적 결정으로, 인권에 대한 무지로, 혹은 기왕 구축한 시스템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체념으로 네이스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책임을 저버림으로써 학교현장이 '무법지대'가 되어버린 셈이다.
굳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구축된 네이스가 정보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독재 시대를 낳게 될 것이라는 국민적 인식은 높아져가고 있다. 자기정보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둑질 당한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들이 직접 나서 '자기정보 되찾기', '인권 되찾기' 운동을 벌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이미 대법원 판례도 본인의 동의 없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개인정보의 수집·관리는 명백한 위헌임을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교육부가 항의방문한 인권활동가들에게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일'이라며 여전히 발뺌하기에 급급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작금의 사태는 이미 민주적 의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네이스를 비롯한 일련의 '전자정부' 사업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국민의 인권을 볼모로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정부의 전자정부 사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개인정보가 빼곡이 입력돼 있는 네이스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결정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