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된 경쟁체제로의 철도 전환 노린다
철도노조가 정부의 졸속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28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아래 철도기본법)등 2개 법안의 국회통과를 강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철도기본법이 통과되면 철도는 '시설'과 '운영'으로 상하 분리되게 된다. 애초 정부는 철도기본법과 함께 '철도시설공단법'과 '철도운영공사법'도 동시 추진했으나, 이중 운영공사법은 일단 보류된 상태이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입법을 서두르고 있는 철도관련 주요 3개 법안이 철도의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99년부터 본격화한 정부의 '철도사유화' 계획은 이후 각계의 강력한 민영화 반대 목소리에 부딪혔고, 새 정부 역시 기간산업 민영화에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춰 왔다. 그런데도 이들 3개 법안이 철도의 공공성보다 시장경제원리에 맞는 철도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철도노조의 비판이다. 4년의 진통 끝에 내딛는 철도구조개혁이 공단·공사라는 허울만 뒤집어 쓴 상업적 기업으로의 체제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인 셈이다.
철도노조 김영준 정책국장은 "이들 법안은 철도라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정부의 투자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고속철도건설과 관련한 부채 11조원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새로 만들어질 공단에 전가시키게 되면, 요금인상 등 수익성 위주로 철도를 운영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리와 경쟁체제로의 철도의 전환 움직임은 지난 3월 건설교통부가 입법 예고한 '철도사업법'(안)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철도사업법(안)은 철도를 운송(여객, 화물)과 차량·정비사업 등 여러 사업영역으로 분리하고, 각 영역에 사업자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박하순 소장은 "철도사업법은 철도업무에 여러 사업자들의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공단과 공사가 민영화 특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단과 공사의 분리 시작은 세분화되고 경쟁 기업화되는 철도의 시작이며, 철도의 체제변경은 결국 공공성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박 소장은 경고했다.
이러한 '사업분리'가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이미 한국통신과 통신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효율과 경쟁, 시장원리의 도입으로 시작된 통신사업의 구조개편은 국제, 국내, 장거리, 이동통신 등의 사업분리로 이어졌고, 결국 한국통신을 비롯한 모든 통신산업의 민영화라는 결과를 남겼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내놓은 '철도기본법' 등의 개혁방안은 국가기간산업에 이익 중심의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고, '철도사업법'은 '철도민영화'를 현실화시킬 법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노동계가 논의를 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보는 '허울만 공단·공사인, 경쟁적 상업기업들로 쪼개지는 철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