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성심병원 노동자 9명, 집단 산재신청
조합원에 대한 식칼테러·똥물투척·집단 따돌림 등 부당노동행위로 악명 높은 청구성심병원 노동자 중 10명이 정신질환 판정을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중 9명은 7년에 걸쳐 벌어진 사측의 노조 활동 탄압을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7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인정 신청을 냈다.
이에 앞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노동건강연대 등 13개 단체는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재인정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책임자 구속·처벌 △문제를 방치한 노동부 관련자 문책 △사측에 의한 피해 보상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등을 요구했다.
98년 8월, 청구성심병원에서는 조합원 임시총회 당시 사측 구사대에 의한 폭행·똥물투척·식칼테러가 발생, 조합원 14명이 부상당한 채 병원에서 쫓겨난 바 있다. 그 후 관리자와 비조합원에 의한 업무 괴롭힘, 집단 따돌림은 물론 조합원의 잦은 부서 이동과 승진 제외, 상시적인 폭언·폭행이 이루어져왔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98년 18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이 19명으로 크게 줄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배기영 씨는 진찰 결과 "조합원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뒤 우울이나 불안 반응을 보이는 등 적응장애를 보이고 있다"고 판정하고, "상당 기간 유해한 작업환경을 벗어나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기존에 치료를 받던 환자가 호전되다가도 노조와 연관된 압박을 받으면 상태가 악화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소견을 발표했다.
치료를 위해 현재 백병원에 입원 중에 있는 김명희 청구성심노동조합 부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청구성심병원에서는 조합원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토로했다. 또 "병원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뛰고 몸이 떨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쓰러진다"며 터져 나오는 울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김 부지부장은 "정년 퇴직까지 환자를 위해 일하기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지난 98년과 올해 청구성심병원 김학중 이사장을 대표적인 악질 사용자로 선정해 구속·처벌을 촉구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이번 사건은 노동탄압이 노동자의 육체적 삶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무너뜨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이번 산재신청을 계기로 근로복지공단과 병원 측을 상대로 한 투쟁의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한편 2000년 7월, 노동부 산업재해보상심사위원회는 LG전자 전 사원 정모 씨가 회사내 집단 따돌림·퇴직종용·격리근무 등에 의해 받은 스트레스를 산재로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