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11개국 노조 대표자들이 서울에 모여 신자유주의에 맞선 노동운동의 대안찾기에 나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아시아 지역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번 '아시아지역 노동조합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는 5일부터 7일까지의 일정으로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열리고 있다.
6일 열린 '신자유주의와 노동의 비정규직, 비공식화 그리고 빈곤화'라는 주제별 워크숍 참석자들은 "90년대 후반 아시아를 강타한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에서 대량해고가 자행되고 비정규직이 대폭 확대됐다"고 입을 모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동조합 툐노 위원장은 "사용자들은 위기를 변명거리로 삼아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한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더 젊고 값싼 노동자들을 모집했으며,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을 선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연합체가 비밀 회의에서 결정하는 최저임금이 모든 노동자들의 '표준임금'이 됐다"며 척박한 현실을 개탄했다.
태국 '여성노동자단결'의 플로엔피트 스리시리 사무처장은 "태국은 97년 경제위기로 특히 섬유와 전자산업의 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비정규직 가내 하청노동자로 전락했다"며 그로 인해"아이들까지 학교를 포기하고 엄마를 도와 일을 해야 근근히 먹고 살 수 있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화, 빈곤의 심화로 이어져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모든 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생존권 파괴를 목표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 정규직 노동조합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국장은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노동을 철폐하기 위해 하청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비정규직 조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반구노조연대(SIGTUR) 코디네이터 롭 램버트 씨는 "세계화에 대해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분노와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서 "노조는 이들과 연대해 보다 광범위한 운동을 만들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노조 활동가들이 여타 사회운동에 노동자들이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사회운동과 연계해 노동자들이 소집단을 만들고 이들이 네트워크를 이뤄 작업장 안팎에서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시민들 고통과 연대해야
민주노총 이창근 국제부장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일국 노동운동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으며, 단순히 각 노조가 처한 상황을 공유하는 추상적인 국제연대를 넘어서 공동의 대응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이번 회의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아시아의 진보적인 노조들이 블록을 만드는 첫 단추 역할을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7일 열리는 최종회의에서는 △초국적기업 대응 △반전평화 사업 △각국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참가자들은 최근 잇따른 한국노동자들의 분신, 자결소식을 접하고 회의 일정을 변경, 7일 오전 '노동탄압 저지' 서울역 농성장과 근로복지공단 앞 농성장을 방문해 연대의 뜻을 밝히기로 했다. 이어 한국정부의 노동탄압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귀국 후 행동계획을 발표한 이들은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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