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국가보안법 철폐하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끝내 기소된 건국대 김용찬 씨의 1심 공판을 앞두고 열린 항의 집회에서는 반인권·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21일 1시 서초동 서울지법 앞에서는 '학우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건국대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비롯한 학생들과 사회단체들이 함께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사회진보연대 이현대 조직국장은 "사회진보연대 홈페이지에서도 자료를 내려 받았는데, 사회진보연대도 이적단체로 규정해야 되지 않나?"며 공안당국을 꼬집고 국가보안법은 '머리를 엑스레이로 찍거나 독심술이 필요한 법' 이라고 비꼬았다. 성신여대 신지선 부총학생회장도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머리 속을 규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는 말로 국가보안법을 공격했다.
대책위의 임세호 씨는 "공안검찰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무슨 생각으로 검찰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28일 열릴 김종곤 씨 1심 공판 때 공안검찰에게 '공부 좀 해서 제대로 알라'는 취지로 『공산당 선언』 10권을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대 부설 공안문제연구소에는 '좌익 판정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우익판정은 없는지' 끝장 토론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열린 재판에서 조영선 담당 변호사는 "피고가 제작한 표현물은 시중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공산당 선언』, 『지식인을 위한 변명』과 같은 책과 사회단체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표현물들이 과연 위험한가? 행위가 위험했으면 했지, 표현 자체가 어떻게 위험할 수 있는가"라며 행위가 아닌 생각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사는 이날 "사상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이며 국가가 국민의 머리 속을 관리할 수 없다"면서 재판부에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5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한편, 피고 심문 중 검사는 "∼한 생각을 했죠?"라고 물어 변호사의 이의 제기를 받은 판사로부터 "생각까지 물어보지 말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의 법리를 제대로 이해한 검사라 할 수 있다.
또한, 검찰이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한 글을 문제삼자 변호사는 "이적표현물도 아니거니와 사이트에 올리는 행위를 소지·배포로 볼 수 있나?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다"라고 받아쳤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 이은희 활동가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는 것만으로 소지·배포로 보는 것은 인터넷의 특성을 전혀 무시한 처사"라며 공안 사건을 만들려는 검찰의 억지주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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