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바그다드 주재 유엔 사무소가 대규모 폭탄테러의 공격을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세르히우 비에이라 데 멜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을 비롯해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세계는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거듭되는 테러의 고리를 끊는 해법은 무엇인가? 미국의 진보적 학자 노암 촘스키의 해답은 단순 명쾌하다. "(미국이) 테러를 멈추는 것이다."
이달 27일, 28일로 예정된 반딧불에서 상영할 <파워 앤 테러>에서는 평화를 빙자한 미국의 대테러 음모를 명쾌하게 지적하는 그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대테러전을 천명하며 응징의 칼날을 갈고 있을 때, 촘스키 교수는 미국 전역을 돌면서 미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소국에 저지른 '테러 행위'를 국민들에게 일깨웠다. 감독 존 준커만은 그의 강연과 독점 인터뷰를 편집해 영상으로 쓴 촘스키의 저서를 발간한 셈이다.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자 전세계 언론들은 경악과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남미나 중동에서 이미 그리고 익히 경험한 사건들이라고 촘스키 교수는 지적한다. "테러는 분명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인류는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 수많은 테러를 경험했으며 그 가해자는 바로 미국이었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촘스키 교수가 일관되게 꼬집고 있는 점이다.
촘스키 교수는 베트남전을 계기로 반전운동을 시작했고 이후 그의 지성을 총동원해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미국이 2차 대전의 승전국이라는 것이 미국의 군사주의를 도덕적으로 위장해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독일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패전국이었던 이들보다 더 악랄했으며, 한국전쟁에서 북조선을 폭격할 때 더 이상 파괴할 것이 없어지자 댐까지 폭격하는 비인도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강연과 인터뷰만으로 묶인 영화라서 좀 밋밋하지 않겠느냐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에 대한 명쾌한 그의 분석을 듣고 있노라면 복잡한 국제정치 질서를 꿰뚫어보는 통찰을 갖게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촘스키 교수는 전세계 테러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밝혀 냄으로써 평화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제시해준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