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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기고 - 평화 릴레이 ③] 평화로 가는 길

내가 태어났고 일하며, 살아가는 대구에도 우리네 땅 여느 곳처럼 미군기지가 넓게 번져 있다. 어릴 때부터 미군과 미군기지의 모습을 자주 보아왔고 그때마다 항상 겪는 것은 구역질과 모욕감이다.

얼마 전, 파병철회를 위한 서명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받을 때의 일이다. 폭격과 학살, 온갖 참상이 담긴 사진들이 펼쳐진 역전 앞에 부대를 나선 듯한 미군들이 제 집 안방처럼 벌렁 드러누웠다. 거기에 낮술을 한잔 걸친 아저씨 한 분이 다가와서 "대한민국은 미국이 주는 밀가루 죽 얻어먹고 오늘날 이만큼 살게 되었다"고 고함을 질렀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원조라는 이름으로 던져진 것들로 키워진 역사.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이 땅에서 당당하고, 우리네 삶은 비틀거리고 화끈거린다. 우리가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나 시위를 할 때도, 가장 슬픈 일은 미군들이 우리를 무슨 구경거리 보는 듯한 눈길로 맞이할 때이다. 이런 상황은 단지 그들이 우리보다 우세한 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도 우리가 그들에게 빌어먹는 엄청난 대외의존과 약탈경제 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파병에 동의하는 자들의 근본적인 이유도 사실, 그것에 꼼짝없이 잡혀있기 때문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의존에 지탱해온 삶과 역사를 청산하는데 즉, 자주와 자립으로 가는 올바른 신호는 무엇일까?

우리(사회)가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사회)는 자발적으로 고르게 가난한 삶을 선택을 해야하며, 이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으로 식량, 식수, 에너지 등이 자급되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 농민과 농사를 지을 경작지가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자발적 가난의 원칙은 평택평화축제는 물론 여러 운동과 연대할 때 나를 포함한 우리 동지에게 핵심적 호소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평택에선 이미 많은 농경지와 정착지가 미군기지 때문에 사라졌고, 추가로 몇백만 평이나 되는 땅이 치유불능으로 죽어갈 것이다.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한, 한반도 어디든 평화는 발붙일 수 없다.

평택 평화축제가 다른 행사와는 다르게 보이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돈(수입이든, 지출이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쓰레기를 많이 남기지 않으려 하고, 참가자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준비해서 모이고 보여주려고 한 점. 그래서 우리가 대구에서 홍보할 때도 준비물은 스스로, 알맞게, 솔직하게 준비했고, 현안투쟁들과 연대하는 가운데 알려왔다. 우리는 축제의 성공 역시 투쟁의 성과이며, 축제가 평화적 투쟁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