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에 들어서면 승공, 멸공의 구호로써 학교생활이 시작되었고, 매 시간마다 학급 반장은 선생에게 반공 경례를 올려야 했다. '때려잡자 공산당', '박살내자 북괴군'의 글귀를 담은 포스터 그리기며, 반공 웅변대회로 반공 세뇌교육을 시켜 우리 민족끼리의 적개심을 고취시켰다. 이제 치욕으로 점철된 반공교육 시대를 떳떳하게 살아오지 못한 퇴직 교사로서 굴종과 회의를 반성한다" 성동여실업고 퇴직교사 이희협 씨는 그동안 자신이 행해온 반공교육을 하나 하나 짚으며 자신의 과거를 참회했다.
원로교사 20여명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치욕스런 과거에 대한 근본적인 참회 없이는 교사로서의 양심을 지켜낼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며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국가보안법과 반공교육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로교사들이 고백하는 치욕스런 과거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시대의 아픔이기도 하다. 원로교사들은 "선생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역사의 진실을 입 막아 감추어야 하고 속 시원히 터놓고 맘대로 말할 수 없는 존재였다"며 "간혹 무심중에 북쪽을 칭찬하거나 남쪽의 문제점을 비판하다보면 찬양·고무죄나 이적표현이라는 죄목으로 어처구니없는 큰 피해를 당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원로교사들은 이와 같은 아픔이 현재와 미래에 계속되지 않기 위해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81년 '아람회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구속되어 해직된 퇴직교사 정해숙 씨는 "국가보안법과 같은 악법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참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은행초등학교 교장 이상선 씨도 "민족과 역사 앞에 부끄러운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반공 교육을 통일 교육으로 바꾸어 짓밟힌 우리의 양심을 되살려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회선언에는 원로교사 외에도 현직교사와 사범대생 예비교사들이 함께 해 "남아있는 반공교육을 없애고 국가보안법의 완전 폐지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현직교사 김경옥 씨는 "교실에서 북한 동요를 틀어주면 '고무·찬양죄'가 되고 북한에 관련된 프린트를 나누어주면 '이적표현물 배포·제작죄'가 되며 부모님들이 저를 고발하지 않으면 '불고지죄'에 해당한다"며 국가보안법에 얽매인 교육의 현실을 꼬집고, "국가보안법을 없앤다는 것은 우리 교육에 자유와 자주성,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되찾는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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