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아브그라이브 교소도에서의 잔학행위 장면들은 전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아브그라이브는 이라크 최대의 교정시설로 바그다드 함락 후 미국 헌병 800여단이 관리하고 있다. 미군은 2003년 10월과 11월에 여기 수감된 이라크 저항세력과 일반인들에게 조직적인 학대와 고문이 자행했다. 당시 이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국제적십자사에 의해서도 '개략적인'조사가 진행된 후였고(국제적십자사는 다음해 2월 이라크내 미국의 교도소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국 현지 사령부와 정보기관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불거진 것은 한 미국 헌병이 고문·학대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미군사령부에 고발하면서부터였다.
2004년 1월 미국은 비밀리에 특별팀을 구성하고 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 헌병 800여단의 지휘관들이 경질되었지만 고문·학대행위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고발한 미군 헌병은 이 영상을 CBS 방송에 제공했고 4월 28일 CBS의 간판프로그램인 '60'분이 보도하면서 큰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미국은 자체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고 그 자료가 전세계에 일파 만파 퍼지게 된 것이다.
부시가 '역겹다'라고 표현했던 바로 그 학대 사진들만큼이나 역겨운 것은 미국 고위층의 언사였다. "더 잔인하고 놀라운 사진도 있다"고 말한 당시 국방장관 럼즈펠드는 추가 사진을 미의회에 비공개로 제출하면서 "이라크에서 이용되고 있는 포로신문 기법은 국제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공화당 지도부는 "이라크는 물론 아랍세계의 여론을 악화시켜 미국인들에 대한 보복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이 사진의 일반공개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체니 역시 "미공개 사진과 비디오를 공개해선 절대 안된다"라고 못박아 이들의 잔혹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케 했다.
이 사건으로 세계와 이라크의 민중들은 미국이 얼마나 위선에 차 있는가를 확인하게 되었고 이것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이라크를 다스리던 미국의 브레머 행정관은 사담의 치하에서 고통받았고 고문받은 이들을 위한 추모기념관을 지으려던 중이었다. 이 추모기념관이 필요한 곳은 오히려 워싱턴이었던 셈.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미국이 가져다 줄 것이 아니라 미국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다. 미국은 아브그라이브만이 아니라 쿠바의 관타나모, 아프간에서 이미 같은 짓을 저질렀고 이것은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