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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파병연장안,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라크 파병부대의 주둔기간을 1년 연장하자는 '파병연장 동의안'이 현재 국회 본회의에 올라와 있다. 부시의 야만적인 침략전쟁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며 전범국가가 된 지 벌써 1년 8개월. 올해 말이면 전범국가 국민으로서의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겠거니 기대했지만, 파병연장안이 끝내 국회 본회의까지 진출한 것이다.

파병연장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건 단 이틀만이다. 국회의원 50명이 제출한 '파병재검토 결의안' 등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고, 공청회를 개최해 파병에 대한 평가와 토론을 해보자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밤, 여야 모두 정쟁에 휘말려 아무 것도 처리하지 못한 채 끝났다. 하지만 임시국회가 열리면 파병연장안은 급행열차를 타게 될 운명이다. 국가보안법 등 개혁법안 처리에는 악다구니를 치며 온몸으로 저지하던 한나라당조차, 이번 파병연장안에는 정부와 손뼉을 짝짝 마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라크 파병과 연장의 명분으로 국익과 평화재건, 한미동맹을 줄기차게 되뇌었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우는 국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혀진 바 없다. 비전투 지역인 쿠르드 자치지역의 평화정착과 재건지원에 굳이 군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있어왔다. 그리고 맹목적인 한미동맹은 평등한 한미관계로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높다. 그렇다면 지금은 파병 철회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고, 국회는 파병연장안의 타당성에 대해 책임 있게 논의를 진행했어야 했다.

돌이켜 보면, 정부와 국회가 언제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은 적이 있었던가?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내에서 미군이 포로 고문과 성학대를 자행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도,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김선일 씨가 살해당했을 때도, 이라크 대량살상 무기 보유설과 알카에다 연계설이 미 듀얼퍼 보고서에 의해 거짓임이 판명 났을 때도,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안전보다는 부시의 입맛에 더욱 민감해 하지 않았던가!

국익과 평화재건, 한미동맹이라는 화려한 수사에 더 이상 현혹될 국민은 많지 않다. 그리고 지금 부시와 노무현을 민중의 법정에 세워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이 뽑은 노무현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국회에 의해 번번이 '배신'을 당해 왔지만, 이제 국민들은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전범국가 국민의 양심으로 우리는 결코 파병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철군의 그 날이 비로소 평화가 시작되는 날임을 확신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