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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북제재의 칼을 빼어 든 일본

[연재] 일본판 북한인권법 탄생전야(상)

[편집자주] <인권하루소식>은 미국에 이어 일본 집권 자민당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의 탄생배경을 2회에 걸쳐 싣는다.

2002년 9월 1차 북일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일간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회담이 별반 성과가 없다고 주장하며 일본 의회가 '특정선박입항금지법'과 '외환·외국무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유엔의 결의가 없더라도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었다. 특정선박입항금지법은 "일본의 안전과 평화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특정 외국 국적의 선박에 대해 입항을 금지시킬 수 있도록" 한 법이며, 개정 외환·외국무역법은 일본이 '독자적으로' 송금을 정지시키는 등의 경제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5월 2차 북일정상회담의 성과로 건네 받은 요코타메구씨의 유골이 '가짜'라고 알려지면서 일본 내 대북 강경여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었다. 지난해 말, 올해 초부터 사실상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대북제재와 북한인권법 추진은 이와같은 일본 내 대북제재 여론에 힘입은 바 크다.


이미 시작된 일본의 대북제재

고이즈미 수상은 외환·외국무역법 개정안과 특정선박입항금지법이 통과되는 상황에서도 "칼집에서 칼을 빼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다. 법안에 대해서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수단을 더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이었고 대북제재도 신중하겠다는 것이 공식입장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본의 언론들도 이미 지난해 말부터 대북제재가 시작되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2차 북일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정부차원의 식량과 의료물자 등의 인도지원 약속을 보류하고 있다. 또한 해산물 '원산지 표기 엄격화'로 북한산 해산물 수입과 판매를 규제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 납치문제 관련 단체들과 반북단체들은 북한산 해산물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아베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 등은 북한산 해산물에 대한 전면적 수입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산물 원산지 표기를 엄격하게 할 경우 북한산 해산물의 일본 판매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한편 3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선박유탁손해보상보장법'은 엄격하게 적용될 경우 북한 선박의 입항을 규제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선박유탁손해보상보장법의 개정안은 선주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100톤 이상의 일반 선박으로 확대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선박은 입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의 선박들은 보험 가입률이 2.5%에 그쳐 대부분의 북한 선박들이 일본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 북한과 일본을 오가며 연락선 역할을 하는 만경봉호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입항할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당장 재일교포들 중에서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이나, 가족과 친지가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이별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 법의 시행일인 3월 1일을 앞두고 일본의 국토교통성이 입항을 허가한 북한 선박은 16척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은 대북제재의 칼을 휘두를 것인가

일본은 아직 특정선박입항금지법과 외환·외국무역법을 가동하는 등 대북제재를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태도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일본의 대북제재가 수위를 높여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덧붙임

이준규 님은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의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