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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즐거운 물구나무] 학교에서 웬 거수경례?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무렵, 그러니까 11년 전, 월요일 아침에 운동장에서 애국조회란 걸 하려고 줄을 맞추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사회를 보던 선생님이 교장선생님께 인사 할 때 거수경례를 하라는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또 뭐야?!' 발끈 할 겨를도 없이 올바른 경례자세를 만들기 위해 지루한 설명과 사전 연습을 반복해야 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동작으로 손바닥도 손등도 보이지 않게 눈썹에 갖다 붙이되 모든 행동은 구령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몇 번의 호령과 "제대로 안하면…"으로 시작되는 선생님의 협박, 그리고 몇 학년 몇 반이 아주 잘 했다는 유치하고 속 보이는 칭찬이 반복된 후 드디어 교장선생님이 단상에 올랐다. "교장선생님께 경롓!!!" 쩌렁쩌렁 운동장을 울리는 구령 소리에 전교생이 손날을 동시에 눈썹 옆에 '척!' 갖다 붙였다. 그렇게 학교 속 병영생활이 시작됐다.

난 아직도 그 날의 날씨며 풍경이며 운동장에서 대강의 내 위치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을 강요당한 불쾌감과 혼나는 게 무서워 할 수 없이 손을 올릴 때의 수치스러운 기분이 하루 종일 날 괴롭혔기 때문이다.

2005년. 학생이 아닌 교사로 다시 학교에 오게 됐고 3월 초, 입학식에서 신입생을 만났다. 아직 학교가 낯선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교가를 배우고 이어 사회를 맡으신 선생님이 마이크를 쥐었다. 갑자기 "자! 교장선생님께 경례는 거수경례로∼" 이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토끼눈'을 하고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11년 전과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여전히 학교는 군대였다.

또 다시 재현된 호령, 협박, 칭찬…. 변함없는 학교의 모습을 보며, 학생이 아닌 교사로 강당에 서 있는 내 기분은 학생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슬프고 괴로웠다. 학생은 군인이 아니다. 평소 '학생다워야 한다'는 모호하기가 국가보안법 같은 근거로 학생의 '신체의 권리'를 짓밟는 학교의 어르신들. 그들의 신념이 '학생은 군인다워야 한다'는 것은 아닌지.

이제 인생에서 가장 섬세하고 불안한 시절을 맞이하는 청소년에게 획일적인 복종 말고도 가르쳐야 할 것은 많다. 기껏해야 일 년에 몇 번 있는 행사에 거수경례 좀 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는 생각은 체벌 못지 않은 또 하나의 폭력이다. 그런 인식이 학생에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비판할 권리를 억압하고 침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의 구호나 상징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을 강제하는 훈련은 상호성에 기초한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파괴한다. 거수경례 말고도 교장선생님이 학생에게, 학생이 교장선생님에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랑과 존경의 인사법은 다양하다. 학교 내 군사주의 문화를 털어 버리기 위해서는 거수경례부터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존경이 복종으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방식은 거수경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충만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