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군사적 일체화와 동북아시아
부시행정부 들어서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미국의 동북아전략은 더욱 공세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미일동맹 강화는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더욱 독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9.11테러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해 국제무대에서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미일동맹 재편은 1) 전략적 공동목표 합의 2) 군사적 역할분담의 구체화 3) 그 토대가 되는 주일미군 기지의 재배치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또한, 기동성 있고 유연한 군대로의 "변형"(transformation)을 추진하고 있는 미군에 맞춰 자위대도 첨단화, 유연화, 육해공 통합운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미일동맹 재편은 미일 양국이 '군사적으로 일체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미일 양국은 외무·국방장관이 참가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서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개념에 입각해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역할분담에 대한 협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첫째 북한 정세와 양안 유사사태에 대한 경계심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남북한 등이 예민하게 반응한 바 있다. 물론, 2월의 합의가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자위대와 미군의 군사적 협력까지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와 양안 유사시 무력개입 옵션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와 양안에 공동으로 군사개입하게 되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주변사태법'을 통해 미군의 후방지원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고, 2003년부터 연이어 국회를 통과한 유사 법제들을 통해 일본 전역을 미군 후방지원을 위한 병참기지로 만들 수 있는 법제를 갖추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군사협력의 내용은 이보다 더 구체화되고 긴밀해지고 있다. 빠르면 7월안에 합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역할분담에는 한반도와 대만유사시 미군과 자위대의 공동작전계획, 상호협력계획이 중점논의 사항이다. 이에 더해, 유사시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일본 내 공항·항만·민간시설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테러방지와 근절 그리고 대량파괴무기 비확산을 세계적 규모의 목표로 위치 짓고 양국의 연계 강화를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냉전 종결 후 미일안보체제는 '일본 방위'로부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유지'로 확대되었고, 9.11테러 이후에는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침략 당시 일본은 인도양에 자위대와 이지스함을 파견해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을 후방지원했으며, 2003년에는 '이라크부흥지원특별조치법'을 통해 전후 최초로 전투지역에 자위대를 파병하기에 이르렀다. 탈냉전기 '미일동맹 재정의'의 대상이 세계적 규모의 '군사협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주일미군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령탑으로
주일미군 기지의 재편은 미일 군사적 일체화의 '인프라'이다. 기지재편에서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일본의 자마기지로 옮기는 것이다. 육군 제1군단은 인도양, 중앙아시아, 중동-이것은 '불안정한 호'라고 불리는 지역과 일치한다-까지 관할하는 부대이다. 미국이 미일안보조약 '극동조항'(미군이 일본영토에 주둔하는 것은 일본과 주변지역, 그리고 극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는 것)과의 충돌,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주일미군재편의 핵심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주일미군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선사령부'로 삼고, 일본을 아시아와 중동에 이르는 미군의 군사적 전개의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펜타곤은 군단사령부를 옮기는 것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사령부는 옮기지 않고 자마에 있는 주일 미육군사령부의 '기능'을 확대·재편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 기지부담 경감을 요구하는 오키나와의 오랜 숙원에도 불구하고,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규모와 기능을 고수하고자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예를 들면,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병원정대는 이미 이라크에 파견되고 있다. 이는 미 태평양함대가 요코스카를 모항(근거지가 되는 항구)으로 전지구적인 군사전개를 하고 있는 것과 함께 일본이 이미 미군의 세계적 군사활동의 거점이 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공식화하고 더욱 확대하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자마기지와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미국의 군사전략
주변국들이 일본의 변화에 우려를 하는 것은 미일동맹 강화에 편승한 일본 안보정책의 '공세적' 변화가 평화헌법 개정, 교육기본법 추진 등과 같은 정치사회적 보수화와 과거회귀적 경향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3위의 군비지출국이며, 최첨단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가 해외에서의 군사활동을 확대하고, 그것이 정치사회적 보수화와 공존하고 있다면 주변국이 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미일동맹의 강화와 일본 안보정책의 변화는 '일본 경계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본과 한반도 남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변형(transformation)은 글로벌 테러리즘, 깡패국가(rogue state)와 대량살상무기 등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측면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미국의 '잠재적 경쟁자'로 지목된 중국을 사전에 견제·제압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일·한으로 이어지는 대중국 군사포위망의 형성은 동북아 민족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일 갈등을 상기해보자-, 이 지역이 끊임없는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전략에 따라 갈등과 분쟁의 '전초기지', '중계기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제국'의 경영을 위한 군사거점으로 전락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미국이 벌이는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평택·오산권을 중심으로 한 주한미군 기지재편은 바로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 즉, 주한미군기지 재편은 평택·오산권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남쪽과 오키나와, 일본 본토에 '제국' 경영을 위한 전력투사기지를 구축하고, 또한 이 지역의 도전자인 중국을 사전에 제압하기 위한 '물적토대'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깡패국가'(rogue state) 북한에 대해 미국이 인적·물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군사 압박과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과 자위대의 역할분담이 분명해지고 자위대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평택오산 지역에 미군이 집중하고 있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며, 군사적 일방주의에 기반한 '제국'의 야욕을 좌절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덧붙임
이준규 님은 평화네트워크(peacekorea.org)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