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보름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지난달 27일 사망한 노충국 씨 사건에 대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아래 합조단)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록 조작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국군광주병원 담당군의관의 진술이 공개돼 군 내부에서 조직적인 은폐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10일 국방부의 '군 의료민원 관련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노 씨의 담당군의관은 내시경 검사 결과 위암 의증으로 판단하고 환자에게 위암일 가능성을 설명했다고 합조단에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4일∼25일경 병원 건강보험과로부터 고 노충국 씨가 암으로 진단되었으며 부친이 진료기록지와 내시경검사소견서 복사를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무기록을 확인해 보니 설명했던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것. 그는 "혹시라도 (환자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제 입장을 대변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진료기록지와 내시경검사소견서에 위암 의증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고 진술했다.
담당군의관은 이어 8월 10일 진료부장과 국군광주병원장과 진료부장에게 조작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병원장과 진료부장은 조사과정에서 이를 부인해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추후 계속 수사한다고만 밝혔다. 또 국방부는 노 씨의 담당군의관을 수사·의법조치하고 국군광주병원장은 보직해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며 국군의무사령관에게는 장관이 서면경고한다고 발표했다.
합조단은 담당군의관이 노 씨에게 위암 의증일 가능성을 설명했다는 주장에 대해 △내시경소견서에 다발성 미란 및 궤양으로 기록했고 △조직검사의뢰서에도 단순히 소화불량으로 기록했으며 △노 씨가 진료 후 평소와 다름없이 내무생활을 했고 △동료병사와 간부 누구도 본인으로부터 위암 가능성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방부는 조사결과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으로 △열악한 진료여건 △담당군의관의 잦은 변경으로 전담군의관에 의한 지속적 관찰 곤란 △병사들이 주위의 눈치를 보거나 교육훈련 등으로 적극적인 진료요청을 할 수 있는 여건 미흡 △단계별 진료의료체계로 적기 진료 애로 △경험이 부족한 단기군의관들의 진료 담당 등을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후 대책을 강구해 군 의무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대해 '고 노충국씨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군대내 의료접근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진료기록 조작을, 임관한지 석 달이 조금 넘은 해당 군의관…혼자서 했다는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군은 그동안 회복하기 힘들 만큼의 신뢰를 잃었고, 국민은 더 이상 국방부의 조사나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며 민관합동조사단 구성과 의무발전 5개년 계획의 공개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한편 이날 국방부는 고 노충국 씨 사건 외 투병 중인 3명에 대한 조사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제대 후 6주 만에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박 아무개 씨의 경우 복무기간 중 소속 부대에서 위장 증상으로 8회의 진료를 받았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군 병원의 위장관 내시경 검사에서 호흡곤란과 가슴 답답증 호소로 십이지장 진입 직전 검사를 중단하고 추후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지 못해 정확한 진단의 기회를 놓쳤다고 국방부는 발표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또 제대 2개월 후 췌장암으로 진단받고 투병 중인 오 아무개 씨의 경우 입대 5개월 후부터 설사·복통 등으로 소속 부대 의무대에서만 위장약 처방을 받았을 뿐 군의관은 상급 군 병원 외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소속부대에는 내시경 및 초음파 등 진단장비가 없고, 지리적 여건상 상급 군 병원으로의 외진이 제한되어 정확한 진단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라며 "(군의관이) 외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미흡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마찬가지로 책임소재만 밝혔을 뿐 징계여부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 감사기획과장, 내과군의관, 헌병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합조단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사건 관련자들을 면담하고 진료 관련 기록을 확인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