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김새만큼이나 참 다양하다.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어떤 것을 거부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가령,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도 있고,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개인정보의 누출 우려 때문에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사람, 이마트에 가지 않는 사람, 자가용 차를 타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정치적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무언가를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기획 연재 - 내 삶의 불복종]에서는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듯, 무언가를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의 방식을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소통의 힘을 믿는다. 자신의 문제의식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운동’이 될 것이다. 그런 운동은 삶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의 문제들도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 당신에게 강요하는 대신 자신의 삶의 방식을 그저 묵묵히 실천하며 나지막히 읊조리고 있는 우리 옆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기획 연재 - 내 삶의 불복종]에서는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듯, 무언가를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의 방식을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소통의 힘을 믿는다. 자신의 문제의식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운동’이 될 것이다. 그런 운동은 삶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의 문제들도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 당신에게 강요하는 대신 자신의 삶의 방식을 그저 묵묵히 실천하며 나지막히 읊조리고 있는 우리 옆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평화운동의 역사가 비교적 긴 나라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운동 중 하나는 전쟁수혜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불매운동이다. 그래서 그런 나라 출신의 평화운동가들과 교류를 하다보면 가끔 이런 전자우편을 받기도 한다. “지금 이스라엘 수뇌부의 지시로 팔레스타인 마을에 대한 파괴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그런데 팔레스타인 가옥을 철거하고 있는 굴삭기가 삼성에서 만든 것이네요. 삼성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이려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참가할 수 있나요?” 동봉한 사진 파일을 열어보면 그 부끄러워야 할 ‘SAMSUNG’이라는 알파벳이 너무도 확연히 찍혀있는 굴삭기가 한창 집을 부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지난 9월 13일 한국의 국방부가 대추리, 도두리 마을을 파괴하러 들어왔을 때 인권지킴이 집을 철저히 부수던 굴삭기에도 삼성의 파란색 동그라미가 붙어 있었다. 수많은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마음껏 인권을 파괴하던 그 파란색 타원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자기 회사의 로고가 버젓이 찍힌 기계로 사람들의 삶을 터전을 유린하는 짓을 어떻게 저렇게도 떳떳하게 벌일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평화운동이 보다 활성화되어 전쟁수혜기업들에 대한 저항운동이 일어난다면 ‘자사의 제품이 전쟁을 유발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본가들에게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의 전쟁수혜기업, ‘방위산업체’
한국에서는 전쟁수혜기업을 보통 방위산업체로 부른다. 무기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파렴치함을 조금이나마 희석시켜보기 위해 영어권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defense industry’라는 용어가 그대로 한국어로 직역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20세기는 전쟁의 세기였으니 누구보다 전쟁수혜기업들이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방위산업’은 국가의 든든한 지원으로 일찍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어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 죽음의 산업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뛰어들었다. 냉전이라는 저강도의 전쟁이 지속되어온 지난 60년간 한반도에서 전쟁수혜기업들은 무기의 제조와 판매, 그리고 최근 들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함으로써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기 위해 설치하고 있는 장벽을 ‘분리장벽’이 아니라 ‘고립장벽’이라고 불러야 옳듯이,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방위산업체’라는 모호한 단어 사용을 멈추고 전쟁수혜기업이라는 보다 정확한 용어를 써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비폭력반전운동 단체인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RI)에 단체나 개인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나는 어떤 종류의 전쟁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전쟁의 원인들을 제거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을 맹세해야 한다. 일본에서 1950년대부터 줄기차게 비폭력직접행동에 기초한 반전운동을 펴온 전쟁저항자 일본부(WRI-Japan)의 회원들은 ‘나는 어떠한 전쟁도 지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떠한 군대 부서에도 편입되지 않으며, 병기나 전쟁용 자재를 제조하거나 다루는 곳에 취업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무기제조업체에 취업한다거나 그들의 제품을 소비한다는 것이 올바르지 않고 어색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쟁수혜기업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디카 회사? 장갑차, 자주포도 생산하는 삼성테크윈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이 난다. 한국의 국방부에서 친절하게도 ‘방위산업체’ 명단을 널리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복지포털사이트에서 국내 ‘방위산업체’의 명단을 하나하나 확인해볼 수 있고, 그들의 누리집에도 직접 접속해볼 수 있다. (http://www.imnd.or.kr/customer/LinkSite_02.html) 그런데 이들 가운데 눈에 확 띄는 기업이 보인다. 바로 삼성테크윈이라는 기업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삼성케녹스’를 제조하고 있는 바로 그 업체다. 이 기업의 인터넷 누리집에 가보자. 먼저 이 기업이 무슨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지 ‘product’ 부분을 눌러 살펴보자. 우리에게 광고로 익숙한 디지털 카메라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에는 ‘defense program’이라는 영문도 나온다. 마우스로 그 곳을 한번 클릭해보자. 바로 나오는 것은 ‘상륙돌격장갑차’다. 게다가 ‘자주포’도 만든단다. ‘방탄 알루미늄으로 방호된 장갑차로서 현대전 상황에 적합한 기동성 및 생존성이 보장되고, 최대의 화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무기체계’라는 끔찍한 설명이 친절하게도 이어진다. 세상에나. 디지털 카메라를 만드는 기업이 최상의 무기체계를 만들고 있다니. 수많은 남한의 인민들이 내놓은 돈으로 저들이 만들고 있었던 것은 장갑차, 대포, 탱크 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기들은 어느 곳을 겨누고 있는가.
이런 전쟁수혜기업들은 최근에는 한국에서 혜택보다 규제가 많아져 이점이 많이 줄었다면서 엄살을 피웠다. 이들 죽음의 기업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도 2000년에는 2천억 원이 넘었지만 2004년에는 1천4백억 원으로 줄었다는 통계도 얼마 전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그렇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이들의 주가가 상승세에 있고, 국방부도 나서서 이들 기업들에 대해 국가선도기술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남북한의 지도자들 그리고 군국주의 제국 미국의 지배세력이 서로 나서서 더 강한 무력을 자랑하고 있는 요즈음 우리는 무기는 더 강한 무기를 부를 뿐이다. 무기로써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돼 씁쓸하다.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수혜기업들의 명단을 만들어보자
그럴수록 우리들은 평화를 준비해 가야 한다. 착취를 감내하며 힘들게 벌어들인 나의 돈이 무기 만드는 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다. 그래서 지금 당장 전쟁수혜기업들의 홈페이지에 하나하나 접속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삼성테크윈이 자주포를 터키에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LG이노텍에서 분리되어 설립된 넥스원퓨처라는 기업은 유도미사일과 어뢰를 만들어 팔고 있다는 것을, 두산인프라코어는 전투장갑차와 대공포 등 고도정밀 첨단무기 전문업체임을 기억해야 한다. 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국의 전쟁수혜기업들이 해외에 무기를 수출하고 벌어들이는 금액이 한 해 4억 달러가 넘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말아야 한다. 무기는 바로 나 자신을 겨누고 있다. 명령권을 쥔 자들의 판단에 따라 폭탄은 휴전선이나 국경을 넘어갈 수도 있지만 내 머리 위에도 떨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효순과 심미선, 두 중학생을 죽인 것은 미군이 만든 장갑차량이었고 지금도 수많은 한국인들의 발목을 잘라버리고 있는 대인지뢰 역시 한국이 만든 것들이다. 한화와 두산중공업과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과 기아자동차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우리들이 지불하는 돈이 살상무기를 만드는데 지출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덧붙임
조약골 님은 피자매연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