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과 의사소통에 이어 두 번째 ‘인권교육 나누기 곱하기’의 주제는 차이/차별! 이는 첫 번째 나누기 곱하기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종종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 아래 마주치게 되는 질문들, ‘능력에 따라 차등 대우하는 건 그 사람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지 차별은 아니지 않아?’, ‘이건 내 표현의 자유이지 차별이 아니라구!’,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이 없어지나?’와 내가 지금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상황들이, 요 차이/차별을 파헤쳐보고 싶게 만든 게 아닐까. 어떤 이론이나 원칙들은 그 자체보다는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그 상황이 갖는 맥락과 복합성 속에서 잠시 빛을 잃기도 한다. 인권의 원칙들도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보편적 인권은 우리의 가정 가까이에 있는 작은 장소, 너무나 가깝고 작아서 세계 어느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그러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엘즈노어 루즈벨트)”라고 하니 우리의 일상 속에서의 차별이야기로 시작해보기로 하였다.
날개달기
우리가 함께 나눈 프로그램은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통해 본 ‘차별의 관계망’. 국적, 나이, 성정체성, 장애 여부 등이 다른 인물이나 사진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이 받은 인물의 서사를 만들어 보도록 한다. 한 사람이 소개되면 참가자들은 그 사람과 자신과의 관계를 설정하면서 차별의 그물망을 만들어 나간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인권오름 142호 [인권교육 날다] 관계 속에 차별 있다! 참조) 사람들 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형성되면서 각각의 관계에 따른 성, 민족, 장애, 성정체성, 연령, 외모, 경제적, 사회적 지위로 인한 차별 상황들이 줄줄이 엮여 나온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중층적인 정체성을 지니기에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는 좀 더 우월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는 차별을 받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작동하는 차별의 요소들이 무엇인지 살피기 용이하다는 것이 ‘차별의 그물망’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자가 그때그때 드러난 내용들을 짚어주면 프로그램의 맥이 끊길 수 있으므로 관계망 설정을 모두 마무리 한 후 ‘차별이라고 언급되었으나 그렇지 않은 것’ 혹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짚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을 정리해줄 수 있는 영상이나 마무리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 우리가 의도했던 차별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곱하기 나누기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진행 중 나온 내용들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더불어 날갯짓
․ 차별이라는 것이 특정한 가해자가 있는 것인가?
․ 좋고 싫음이 차별일까?
․ 어떤 행동이 싫다고 말하는 것과 얼굴이나 외모가 싫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것인가?
․ 관계에서 다른 이들로부터 차별받지 않는 정점에 위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 좋고 싫음이 차별일까?
․ 어떤 행동이 싫다고 말하는 것과 얼굴이나 외모가 싫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것인가?
․ 관계에서 다른 이들로부터 차별받지 않는 정점에 위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좋음/싫음과 차별의 관계는 단순하게 정의지 않는다. ‘동성애자 싫어’라고 말하는 것은 차별인데, ‘이명박 싫어’라고 말하는 것은 차별이 아닌가? 이 ‘이명박’이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이라면 사람으로서의 인격은 완전히 소멸한 것으로 이해해도 좋은가? 그이의 외모에 빗댄 별명은 실상 우리 안의 외모주의가 드러난 결과이면서 싫어하는 감정과 만나 더 증폭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좋고 싫음이 곧 차별은 아니지만 개인의 호불호가 작동하여 결과적으로 차별로 드러나기도 하므로 단순히 개인의 취향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오히려 어느 지점에서 호불호와 차별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차별이 흑인, 동양인, 성적소수자와 같이 정체성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경제적 억압과 같은 문제들에서 발생할 때, 특정집단과 연결되지 않는 차별을 어떻게 사고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들이 남겨졌다.
차별의 그물망을 통해 나온 쟁점들에 대한 논의에 이어 이번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쏭달쏭하게 여길법한 상황 속으로 참여자들을 초대했다. “빛나지 않는 별, 차별!”은 우리 주변의 사례들을 가지고 참가자들 간 의견을 교환하면서 우리가 차별의 기준이라고 얘기하는 것들을 살펴보았다. 우선 바닥에 별을 그리거나 노끈 등을 이용해서 별모양을 만든다. 진행자가 어떤 상황을 소개하면 참여자들은 이 상황이 차별이라고 생각하면 별 안쪽으로,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 밖으로 이동한다. 혹은 선을 밟고 설 수도 있다. 우리는 좋고 싫음 만큼이나 차별에서 논쟁이 되는 ‘능력에 따른 대우’가 차별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다음의 질문의 던졌다.
․사원 모집 시 고졸, 대졸 등 학위를 적도록 하는 건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서 필요하다.
“어떤 사람이 일을 하기에 준비된 사람인지, 같이 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데, 학력 자체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양심상 차마 별 안으로 넣지 못했는데, 내가 고용을 한다고 하면 전공까지 적도록 하고 싶다. 어떻게든 학력과 관련해 골라낼 것 같다. 인턴과정을 거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은 오히려 고용을 하는 내게 더 출혈이 심한 거 같다. 최대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고르고 추천받고 이렇게 된다.”
“고졸, 대졸 이런 것들이 채용 조건에 상용화되고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학력은 차별적인 관례로 자리 잡은 것 같아서 별 안으로 넣었다.”
“입사했을 때 석사, 박사 등 학력에 따라 초봉이 달랐다. 난 혜택을 본 사람이긴 하지만 왜 내가 더 많이 받았던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같은 일을 하는데 호봉이 달랐다면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관계까지 다 보는 것이다. 철저히 모든 것이 다 자원이 되고 활용이 되는 것이 지금 사회이다.”
사람들이 별 안이나 선을 밟고 서서 각자의 의견을 나누었다. 각자의 의견을 나누면서 참여자들은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온 것들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능력을 구성할 때 여성, 장애인, 청소년은 절대로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없다. 또한 그 기준이 만들어지게 된 이면을 살필 수 있다.
인권교육 나누기 곱하기에서 공유한 차별의 관계망은 사람들 간의 차별을 드러내기에 적합하다. 또한 참여자들이 구체적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로 빙의하면서 그 상황에 대한 공감을 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구체적으로 차별을 하는 사람이나 그 구조가 잘 드러나지 않으며, 거기에 작동하는 차별의 기준들에 대한 논의가 간과될 염려가 있다. 참여자들은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해 진행에 있어 유의할 점들이 제안됐다. 우리에게 이미 너무 잘 알려지거나 어떤 표상으로서 자리잡은 사람들의 경우나 유명 연예인은 이미 그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이 프로그램 안에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기는 어려우므로 인물사진이나 이미지를 준비할 때 유의하면 좋겠다.
맞대어
인권교육 나누기 곱하기는 인권교육 활동가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 가면서 프로그램을 보완해가는 동시에 해당 주제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나누면서 가려운 곳을 서로 긁어주는 동시에 교육 참가자 특성에 맞는 교육에 대한 고민 등 교육진행과 관련한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나누기 곱하기를 마무리하면서 기존에 들에서 진행했던 차이/차별 관련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아쉽게도 참여자들의 경험을 공유할 시간은 부족하였지만 프로그램과 경험을 나누면서 교육내용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덧붙임
묘랑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의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