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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비의 인권이야기] 문 닫고 청소하세요.

청소노동자의 신발에 감겨 있는 철수세미를 본 적이 있나요?

‘대청소를 하는데, 학교 관리자가 세척제 냄새 난다고 문 닫고 청소하라고 하더라고요.
반나절 청소하고 나니 어지럽고 매슥거렸어요’
-홍익대 청소노동자

‘고무장갑은 화장실에서만 쓰라고 해요. 그런데 화장실 밖에서 쓸 장갑은 안줘요. 집게도 없어요. 그러니까 맨손으로 청소를 할 수밖에 없어요. 간혹 간호사나 의사들이 쓰고 버리는 장갑을 쓰기도 해요. 세계 인증까지 받은 병원에서 이래도 되는 건가요?’
-고려대병원 청소노동자


지난 3월 12일 개최된 ‘대학청소노동자 노동안전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 도중 현장 증언에 나선 두 청소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두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어느 특별한 대학이나 병원의 특별한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4달여 기간 동안 4개 대학과 한 개 병원의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안전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이는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의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신발에 철 수세미를 감고 일하는 청소노동자

미끄럼 방지가 안 되어 작업화에 철수세미를 감아 사용하고 있다.

▲ 미끄럼 방지가 안 되어 작업화에 철수세미를 감아 사용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물기 있는 미끄러운 바닥에서 일하기 때문에 미끄러져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미끄럼 방지가 되는 작업화가 지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대학청소노동자 노동안전실태조사 대상 사업장 5곳 중 미끄럼 방지가 되는 작업화를 지급하는 곳은 한 곳밖에 없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신발에 철수세미를 감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하루 종일 먼지 속에서 일해야 하는 청소노동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샤워시설 하나 제대로 갖춰놓은 곳이 없었습니다. 휴게시설의 열악함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수 십 번 밀대를 빨아야 하는데 밀대 빠는 시설의 높이가 너무 높아 몇 배로 힘이 든다며, 제발 조금만 낮은 세면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청소노동자의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작업복 상의만 지급하고 하의는 지급하지 않아 청소노동자들이 작업복 하의를 공동구매하여 입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추락방지 시설 하나 없이 6층 높이의 난간을 청소해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무거운 쓰레기 봉지를 날라야 하는데 이동 수단을 지급하지 않아 쓰레기통 뚜껑에 줄을 매달아 그 위에 쓰레기 봉지를 놓고 옮기고, 자비로 간이 포터를 사서 쓰는 곳도 있었습니다.

청소노동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

이런 실태조사서를 한 줄 한 줄을 읽으며 저는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닳아서 몽당해진 빗자루로 허리를 깊이 숙이고 바닥을 쓸고 있는 청소노동자의 사진을 보고는 분노가 아닌 반성이 들었습니다. 몇 년 동안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이나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등을 통해 미약하나마 조금씩 청소노동자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더 이상 청소노동자들을 ‘유령’ 취급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노력과 투쟁이 그리고 사회적 관심이 그렇게 바꿔놓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었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신발에 감겨 있는 철수세미, 몽당한 빗자루, 밀대를 빨기에는 너무 높은 세척시설, 주워 써야하는 장갑, 공동구매한 작업복 하의, 찾을 수 없는 샤워시설, 추락방지 시설 없는 난간, 쓰레기통 뚜껑에 달린 줄 그리고 문 닫고 청소하라는 학교 관리자의 당당한 목소리.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것은 청소노동자는 여전히 유령이라는 것입니다. 여전히 이 사회는 청소노동자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쓰레기 뚜껑을 이용해 쓰레기를 운반하는 모습(좌)과 빗자루가 닳아 짧아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우)

▲ 쓰레기 뚜껑을 이용해 쓰레기를 운반하는 모습(좌)과 빗자루가 닳아 짧아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우)



몽당 빗자루를 높이 들고,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청소노동자의 노동안전을 위한 요구와 사업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계획입니다. 청소노동자들과 생활할 수 있는 임금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눈에 청소노동자의 몽당 빗자루가 ‘보이지 않는다면’, 몽당 빗자루를 ‘높이 들고’ 투쟁할 것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은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생활임금을 받을 권리와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이처럼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투쟁은 멈추지 않고, 지치지 않고 쭉 계속될 것입니다. 아마도 기나 긴 여정이 될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투쟁에 여러분들의 따뜻한 지지와 관심도 지치지 않고 계속되리라 기대해도 되겠죠? ^^


덧붙임

꺼비 님은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로 청소노동자조직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