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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진의 인권이야기] 대국민 사기극, 차세대 전투기 사업 전면 재검토하라

총 사업비 25조 원.
단군 이래 최대 무기사업이라 불렸던 차세대 전투기사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월 21일 국정감사에서 방위사업청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F-35 도입 과정에서 이전받기로 했다던 전투기 개발 핵심기술의 이전을 미국 정부가 거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차세대 전투기사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작년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FX)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를 결정하고 그해 9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정부와 국방부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모두 이전받기로 했으며, 기술이전이 되지 않을 경우 합의 각서에 따라 전투기 제작사에 이행보증금을 모두 몰수할 것이라 장담했다. 또 기술 이전에 따른 경제효과가 14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하지만 기종을 결정하기도 전인 작년 1월, 방위사업추진위 분과위 회의에서 미국 측이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으며, 록히드마틴사와 계약하기 전인 작년 5월 청와대 주재로 진행된 K-FX사업 대책회의에서는 문제의 핵심기술이 미국 정부의 수출 불허 품목이며 수의계약으로 결정되어 한국 정부의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청와대와 국방부는 K-FX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전투기 개발 핵심 기술의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온 국민을 속인 채 결정하고 추진한 것이다.

FX, K-FX 사업은 무엇?

출처: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5.9.24.

▲ 출처: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5.9.24.

FX(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은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는 제작하기 어려운 첨단 차세대 전투기를 외국으로부터 도입하는 사업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논란이 된 FX사업은 3차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한 정책을 진행해왔는데 1차 도입사업은 2002년 4월 미국 보잉사의 F-15K로 기종이 결정되었고 2009년에 40대의 F-15K가 도입되어 실전 배치되었다. 이어 정부는 2차 전투기 도입사업을 추진했고 21대의 F-15K를 추가로 구매해 2012년 도입이 완료되었다. (이 중 1대는 2006년 훈련 중 추락해 미 보잉사가 추가 공급하였다.) 3차 도입사업이 제안되었던 2007년, 1차 도입사업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다시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고, 당시에도 주요 기종으로 거론되던 F-35가 아직 미개발 상태라는 이유로 논란 끝에 노무현 정부는 사업 추진을 취소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정권 말기에 다시 3차 도입사업을 추진했고 언급한대로 작년 9월, 미 록히드마틴사와 F-35 40대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총 구매액은 7조 3418억 원이며 대당 가격은 1830억 원에 달한다.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은 F-15K나 F-35와 같은 첨단 전투기는 아니지만, 현재 한국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 KF-16보다는 성능이 뛰어난 미들급 전투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사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이 논의됐으나 기술력 확보 등의 문제로 연기되다가 올 3월, 역시 록히드마틴사와 손잡은 KAI(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가 사업권을 따내면서 본격화되었다. 총 120대의 전투기를 2025년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이며 총 사업비는 18조 3천억 원(개발비 8조 7천억 원, 양산비 9조 6천억 원 등)에 달한다.

문제는 25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이 두 사업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취소되었던 FX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다시 추진한 주요이유 중 하나는 고가의 전투기를 도입하며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가 이전을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는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JAMMER) 등의 전투기 생산기술은 K-FX사업에서도 핵심적인 기술들이고 이 기술들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정부와 국방부가 주장해온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FX사업조차 그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치명적 결함을 가진 불량전투기 F-35

3차 FX사업의 최초 기종 결정이 이루어지던 2013년 당시 록히드마틴의 F-35 이외에도 미국 보잉사의 F-15SE,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경쟁했는데, 상업구매 방식을 채택했던 보잉사와 EADS는 파격적인 기술이전 등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실제 2013년 8월 최종 입찰에서는 보잉사의 F-15SE가 유일하게 제한금액 내의 입찰가를 써내 사실상 기종 결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부와 국방부는 이 결정을 뒤집었고 미국 정부와 계약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던 록히드마틴사의 F-35를 선택했다. 기종변경의 가장 큰 이유는 공군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를 강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문제가 있다. 스텔스 기술이라는 것이 간단하게 말하면 레이더가 물체를 작게 인식하게 하는 특수 페인트를 전투기 몸체에 칠하는 것인데, 2013년 1월 펜타곤이 미 의회에 제출한 성능시험 보고서에는 F-35가 고속·고고도에서 비행시 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스텔스 도료가 벗겨져 나갔다고 적시되어 있었다. 또 미국이 스텔스기를 개발하자 여러나라에서 이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는데, 실제 체코에서 개발한 베라레이더는 500킬로미터 밖에서 스텔스기를 탐지·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미국 정부는 체코 정부를 압박했고 록히드마틴사가 그 판매권을 사들여 이 레이더의 유포를 막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레이더를 자체 개발했고, 2011년 세계 레이더 박람회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F-35는 전투기 자체로서의 성능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2013년 미국 국방부 감찰단은 F-35에 대한 정밀한 감사를 진행했는데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363가지의 결함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현실화되기도 했는데, 작년 6월 훈련을 위해 이륙 중이던 미 공군 보유 F-35에서 화재가 발생해 조종사가 긴급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 군당국은 F-35의 전면 비행중단을 결정했다. 이 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미 공군 교육훈련사령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치명적인 엔진 결함(catastrophic engine failure)’ 때문에 발생했다고 공식 보고한 바 있다. 최근 태평양에서 미 공군이 시행한 모의공중전에서는 F-35가 1970년대 제작된 F-16과의 대결에서 적기 포착 능력과 타격 능력이 너무 느려 완패했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 전면 재검토 해야

국방부가 주장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목적은 구형 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워 대북 억지력을 갖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만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의 한국 공군 전력으로도 충분하며 오히려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한다는 것이 대다수 군사전문가와 국방부 스스로의 평가다. 남북한의 전투기를 숫자로 단순 비교하면 북한이 우위에 있으나 대부분의 북한 전투기들이 50년이 넘은 노후 전투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전투기 사업이 안 되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더군다나 F-35는 언급한 전투기 자체의 결함 문제와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것에 따른 가격 불안정성의 문제로 인해 도입을 결정한 여러 나라는 물론 생산국인 미국 정부조차도 도입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탈리아는 작년 3월 131대의 F-35 도입계획을 90대로 축소한 데 이어 추가적인 도입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맹방이라는 영국과 이스라엘 역시 도입 축소를 결정했으며, 최근 캐나다에서는 F-35 구매 취소를 공약으로 걸었던 자유당이 압승함으로써 미국의 F-35 해외 판매량은 더욱 줄 전망이다. 급기야 지난 7월 조셉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새로운 국방 전략과 계획, 새 전략 상황을 종합해 13년 동안 진행돼온 F-35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 정한 2443대 구매가 정확한 수치인지 등을 현재 국방부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미 국방부 수뇌부로서는 처음으로 F-35 도입 축소를 시사했다. 이어 미 상원 군사위원회도 F-35의 구매 예산을 축소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런 각국의 F-35 도입 축소는 아직 개발 단계인 F-35의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며 현재 대당 1830억 원대에 달하는 구매비용을 더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방부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즉각 취소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남북한 전투기 전력 비교>

남북한의 전투기 전력 비교는 통계도 일정치 않고 국방백서의 내용은 단순한 수량 비교만을 하고 있어 판단이 어렵다. 아래 표와 이하의 설명은 K-FX사업 추진업체이고 한국형 경공격기(T-50)의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공식 블로그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공식 블로그

▲ 출처: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공식 블로그


위 표에서 보여지듯이 단순한 수량 비교만으로는 북한의 전투기 전력이 우세하다. 하지만 전투기의 성능을 살펴보면 수량비교가 큰 의미가 없음을 알게된다. 북한 전투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MIG 15~21은 사실상 전투기로서의 수명을 다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MIG-15 : 1948년 제작된 구 소련의 전투기, 한국전쟁 당시 운용. 현재 북한이 100여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짐
MIG-17 : 1951년 제작된 구 소련의 전투기로 베트남전에서 운용되었으며 당시 미국의 F-4와 대결한 전투기. 현재 북한이 107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짐
MIG-19 : 1954년 제작된 구 소련의 전투기. 역시 베트남전과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에서 운용되었으며 현재 북한이 120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짐
MIG-21 : 1956년 제작된 구 소련의 대표적 전투기. 베트남전에서 운용되었고 현재 북한이 220여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짐

남한의 경우도 이와 같은 노후 전투기가 존재한다. 소위 팬텀이라 불렸던 F-4와 F-5가 그러한 전투기이다. F-4는 1958년 제작된 전투기로 지난 2010년 한국에서는 공식 퇴역했다. F-5는 아직 운용 중이나 K-FX사업의 교체 대상기종이다. [표]에서 북한의 전투기 중 MIG 15~21을 합친 이유는 1960년대 제작된 F-5가 MIG-21을 대상으로 제작된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즉 현대전에서 군사적으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전력이라는 뜻이다. 1960년대 후반에 제작된 MIG-23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퇴역한 F-4와의 교전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그다지 의미있는 전투기로 평가하기 어렵다. 북이 보유한 전투기 중 그나마 현재 유의미한 전투기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1980년대 중반 제작된 40여대의 MIG-29이다. 현재 한국의 주력전투기인 F-16과 견줄 수 있다는 평가이지만, F-16이 지속적인 성능 개량으로 인해 우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FX 1,2차 사업을 통해 한국은 최신예 전투기 F-15K 60대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로 얼마 전 국내 개발된 경공격기 T-50까지 실전배치 되었다. 남한의 전투기 전력이 북한의 전투기 전력에 비해 과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덧붙임

박석진 님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