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
서울에서 강원도 가는 길에 삼팔선휴게소가 있습니다. (삼팔선휴게소가 꽤 여러 군데 있기는 합니다만. 큭.) 어린 마음에 삼팔선휴게소를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헉! 여기는 북한인거야? 그런 거야?" 흐흐흐
그 이후에야 6.25 한국전쟁의 마무리와, 동부전선에서 국군이 더 많이 밀고 올라가고 어쩌고 하는 것을 알았지만, 삼팔선, 삼팔선 하던 것을 직접 '봤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은 꽤 오래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삼팔여성의날, 삼팔여성의날 하던 것도, 처음의 신기함과 어색함을 지나 이제는 입에 착착 붙는 것 같네요. 호호호
가원
다시 3.8 여성의날이다. 국가 기념일이 된 지 올해로 2회째다. 작년 2월,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발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여성의날은 비로서 법정기념일의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의날이 법정기념일이 되기까지는 그 역사적 기원을 1908년 미국 뉴욕 여성노동자들의 거리 투쟁에서 찾는다면 111년, 유엔이 정한 1975년에서 찾는다면 44년이 걸렸다. 국가가 기념일을 지정한데 아랑곳없이 올해도 어김없이 민간이 주도하는 3.8 여성대회가 열린다. 횟수로 35회째다.
정록
이미 휴전선을 따라 국경선이 그어졌을 때인데도, 어렸을 때부터 38선은 항상 분단의 상징이었다. 꽤 오랫동안 38선을 국경선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이었을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서울시청까지는 남한이고, 종각부터는 북한이 되는 거 말이다. 자유롭게 왕래도 못하는 황당한 일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조그만 시골마을들에서 벌어졌을 것 같다. 위도 38도가 대체 뭐라고...
세주
38광땡. 사실 화투 패를 읽지 못하는 나로서는 저 말을 그저 관용어로만 알았지 실제로 정확한 의미는 알지 못한다. 인생에서 38광땡이 들어왔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매일매일을 38광땡을 잡았다는 심정으로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도 퇴근 후 쓰러지며 주 38시간으로라도 근무시간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직장인 신세...ㅜㅜ (정말로 한 주에 38시간만 일한다면 조금 더 행복해지겠죠?? ㅋㅋ)
어쓰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이 여성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여성 참여 50%'를 외치는 퍼포먼스에 참여한 사진을 봤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이 정작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망언을 내뱉으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사실. '빵과 장미'라는 오래된 수사의 기원이 3.8 여성의 날의 기원과 같다는 게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우리에겐 빵뿐만 아니라 장미도 필요하다는, 인간에겐 생존뿐만 아니라 존엄도 필수라는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 같은 날 동료 의원들에게 장미꽃을 건넸던 그 국회의원은 장미꽃의 의미를 정말 알고 있을까.
미류
"1년에 딱 하루 장애인을 위하는 척 하는 장애인의 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월 20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날이라는 점에서 저항의 역사로부터 시작된 3월 8일이나 5월 1일과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백 년을 넘어가는 동안 공식기념일이 된 여성의 날이나 노동절이 과연 많이 다를까. 사실 기념일들에 무슨 잘못이 있나. 딱 하루든 1년 내내든 저항의 역사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가 중요하겠지, 우리가.
민선
인권활동가대회 준비팀에서 철원 사전답사를 다녀왔었다. 철원지역을 소개하는 전시관에 잠시 들렀는데, <한반도에 그어진 선>이라며 38선, 휴전선, 남방한계선, 민통선, NLL, DMZ를 설명하는 판넬을 봤다. 유럽의 식민지배를 받던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경선이 자로 잰 듯 일자로 분할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새삼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