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귀촌, 반려동물, 고양이, 혼자 사는 삶 등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관심 가져봤을 키워드의 중심에서 삶을 구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인터뷰였습니다. 세상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변화의 주체로 살아가기를 선택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후원인 루카님을 만나보시죠.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루카라고 합니다. 충북 옥천이라는 인구 5만의 작은 동네에서 살고 있고요, 한살림 2,300여 생산자님들과 함께 살림농업을 만들어가는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사무처 교육홍보부에서 일하고 있어요. 사무실은 대전이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고탄소 인생을 살고 있어요! 사연 있는 두 마리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나 혼자 산다’ 무지개 회원 19년차입니다.
◇ 루카님에게 인권운동사랑방이란?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는 곳? 처음에 사랑방 알게 된 건 아마 대학교 다니던 2001년이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전교조 해직되셨다가 복직되신 분들이 은사셨는데, 그 덕분에 학교에서 존중받고 살다가 고등학교 와서는 평생 맞을 체벌은 다 맞았던 것 같거든요. 학생 인권이라는 건 정말 1도 없었던 것 같은 생활들이었어요. 그러던 중 같은 반 친구들이 다른 한 친구를 집단 괴롭힘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제가 교실 안에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어요. 그 사건(?)으로 저는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학생이 되었는데... 그때 ‘아, 내가 여태 가족들에게나 지난 학교생활에서 참 존중받고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게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인권이라는 게 제 머리와 마음속에서는 ‘동감’과 ‘이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찾아 읽게 되는 각종 자료나 글들의 필자들이 인권운동사랑방과 연을 맺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사랑방이 희망을 보여주는 곳인 것 같아요.
◇ 요즘 가장 관심 가지는 의제나 활동은 무엇인가요? 왜 그 활동이 루카님께 중요한가요?
아무래도 기후위기죠. 저는 ‘기후변화’라는 말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농업 중에서도 친환경 농업 현장에 있다 보니 기후위기 때문에 생산자(농민) 분들이 얼마나 힘들어하시는지 바로 보이고 들리거든요. 특히 고령화 되어 있는 농촌 사회에서 우리 먹거리를 지켜나가는 건 그 분들에게 숙명인데 갈수록 상황이 팍팍해져가니... 9월 21일에 한국에서도 기후위기 파업이 있을 예정인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들은 이미 함께 할 준비가 되어 계시겠지만요!
◇ 루카님은 자신과 주변 삶 그리고 거대한 사회의 구체적인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 같아요. 정당 활동도 그런 노력의 하나일까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로 두 친구를 잃었어요. 육상선수가 꿈이었던 단짝 친구는 양쪽 다리를 다 잃었고요. 그 일로 인해 몇 개월을 거식증으로 고생하고 자살시도도 하고 참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때는 ‘어른들이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가만히 있어라’가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가만히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월호 영화인 농성장 지킴이를 하면서 말만 하고 가는 정치인들은 너무 많이 봤고, 그해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때 긴급 논평을 내고 당일 광화문에 나와 긴급 정당연설회를 하는 녹색당을 보면서 ‘저기는 그래도 눈치 안 보고 할 말 하는 정당이겠다’ 싶어서 입당했고, 2016년 총선을 치룬 다음에 서울녹색당 사무처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국회의원이 없어서 국가 지원 한 푼 못 받지만 당원 여러분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선거를 치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 역부족인 것 같고요. (웃음) 지금은 충북녹색당 운영위원으로서, 옥천·보은·영동 지역에서 당원들과 함께 활동하는 데에 각종 실무를 하고 있습니다. 녹색당에서 제일 좋은 가치를 꼽자면, 저는 공존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인데요. 앞서 인권에 대한 제 생각도 말씀드렸지만 세상에서 편을 나누느라 바쁜데, 자연과 사람, 차별 없는 다양한 사람들, 동물의 희생 없는 삶... 이런 가치들은 다 공존에서 시작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녹색당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당 행사 시작할 때마다 <녹색당 평등문화약속문>을 함께 읽는데, 그것도 서로의 공존과 존중을 약속하는 글이거든요.
◇ 귀촌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서울을 벗어난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려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인구 백만 이상 도시만 살아봤어요. 그리고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노동이든 일할 때 물품을 쓰는 방식이든 굉장히 소비적이었어요. 그런 제가 귀촌을 준비하게 된 건 삶의 본질적인 고민을 좀 더 실천적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어요. 도시는 철저히 시스템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옥천이라는 공간은 스케치북 같아서 흥미롭고 포근합니다. 녹색 가치와도 잘 맞는 곳이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마냥 좋은 건 아니고 불편한 것도 있죠. 신상 털기라거나 각종 간섭이라거나... 직장도 농촌 사회다보니 양쪽에서 멘탈이 털리는데 정말 죽겠더라고요. 여기 와 보니까 저 같은 비혼 여성은 정말 마이너한 것이군! 이라며 스스로를 토닥토닥 합니다. (웃음) 서로의 환경이 40년 가까이 달랐던 사람들인데 순식간에 서로 배려와 이해가 될 리는 없겠다 싶어서 시간을 두고 설득과 적당한 무시 속에 살고 있어요.
◇ 고양이 두 마리와 같이 살고 계신데, 반려 동물은 루카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2014년 봄부터 동물학대 사건이 언론이나 SNS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 사건들을 접하면서 동물학대는 결국 인간의 욕망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고, 관련해서 장편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기획을 시작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저희 집 딸내미 줄리의 입양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사진 속 그 눈이 뭔가를 말하는 것 같았고 마침 옆 동네인 화정터미널에서 구조된 친구라 모셔왔어요. 그리고 6개월 이후에 아들내미 고석이를 품에 안았죠. 특히 고석이의 경우, 파양과 잦은 임보처 교체로 인해 집착증세가 심해서 요즘 같은 한여름에도 제 팔베개를 하고 꼭 붙어 자곤 해요. 다음 달에는 올해 5월에 애니멀호더에게서 구조된 남매를 새 식구로 맞이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반려동물은, 동반자이자 서로 온기를 나눠주는, 세상이 다 무너져도 꼭 껴안고 있을 보물이자 사랑이에요.
◇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에 활동가의 삶에 대한 글이 SNS를 타고 있어요. 제가 서울녹색당 사무처 활동가로 근무하자마자 지진, 백남기 농민 선종, 그리고 박근혜 탄핵까지 연달아 사안이 터지면서 쉴 시간 없이 일했었는데, 그때 보면 가장 수고했던 분들이 인권 단체 활동가들이었거든요. 신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참 고맙고, 저 같은 후원자들이 더 고마움을 갖고 응원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권운동사랑방 20주년 기념 책자에서 “인권의 실현은 인권 자체의 규범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듦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라는 문구가 와 닿았어요. 활동가 여러분들의 발걸음이 오늘보다 내일을 더욱 힘차게 움직일 수 있게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후원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