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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삶의 화두인

정유현 님을 만났어요

안녕하세요, 후원인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녹색당 전국사무처 2년차 조직팀 활동가, 인권운동 사랑방 3년차 후원인, 교회 전직 전도사, 월세방에 살면서 대형견을 입양해서 사는 꿈을 꾸는 정유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유현님을 가장 뜨겁게 사로잡는 화두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요즘 제 일상의 가장 큰 화두는 ‘주거’입니다. 제 주거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주거’요. 어릴 때는 ‘내 집 마련’이 꿈인 부모님과 함께 이사 갈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살다가, 독립할 나이가 되어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살았어요. 따로 살다가 직장을 퇴사하면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다시 부모님 집으로 기어들어갔고요. 다시 직장을 구하면 기어 나오는 것을 반복했어요. 저는 ‘내 집’에 대한 큰 욕심은 없어요. 사실 이 판(?)으로 오면서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꿈은 애초부터 꾸지도 않았거든요.

지금은 월세 45만원의 투룸 같은 원룸에 살고 있어요. 45만원의 월세가 큰 부담이긴 해요. 마포구, 서대문구, 종로구, 은평구 4~50개 집을 어마무시하게 발로 뛰며 찾았는데, 월세 40만원 이하의 집이 없더라고요. 있다고 하면 옥탑방 아니면 반지하였어요. 이마저도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으면 월세는 감당할 수 없겠지요. 또 다시 부모님 집으로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매일 나올 때마다 큰소리치며 나오거든요. 최근까지 동료 2명과 함께 연희동 반지하 투룸 같은 쓰리룸에서 살았어요. 반지하 삶은 처음이었는데, 낮에도 어둡다 보니 낮잠을 자면 자주 가위에 눌렸어요. 아침이 와도 해가 안 비쳐서 새벽인 줄 알고 자다가 지각한 적도 많고요. 빨래를 하면 쉰내가 나서 나가기 전에 탈취제는 필수였어요.

그저 적당히 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음식 해먹을 소박한 공간과,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고, 최저임금을 받아도 월세를 내고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집, 신혼부부도 아니고 청년도 아닌 1인 가구에게도 더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2년마다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사는 것. 근데 이게 정말 큰 꿈을 꾸는 것이더라고요. 누군가 내 집 장만을 했다는 소식을 듣거나, 아파트 분양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제 삶과는 너무 먼 이야기라 여겨져서 딴 나라 이야기 같아요. 누군가는 주택을 몇 개씩 소유하고도 아무 노동도 하지 않고 엄청난 월세를 받으며 기후위기 시대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면서 사는데, 경쟁하듯 세워지는 아파트를 보며 불 꺼진 곳에 나 하나 살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해요. 모두가 존엄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안전하고 평온한 공간에서, 같이 살고 싶은 사람과 또는 동물과, 2년마다 이동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집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력이 되게 다양하신데요, 인권이나 평등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유학을 한 적이 있어요.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유학을 갔는데, 책 밖에서 겪는 차별의 일상들이 점점 쌓였어요. 이주민이자 피부색이 다른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겪지 않았던 각가지 소외와 배제의 경험들을 마주해야 했어요. 그 때부터 학교에서 읽었던 책의 인권, 소수자, 환대와 연대라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 정확하게 피부로 와 닿았죠. 그때 어렴풋이 배우고 경험한 ‘인권’이라는 주제가 한국에 오기 전 세월호 참사를 목도하며, 그리고 인권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좀 더 내 안에서 구체화시키는 활동으로 나갔던 것 같아요.

 

정당에서 조직 활동을 한다는 건 어떤 일상적 경험인가요?

일상이 정치를 하는 기분이에요.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봤지만 정당에서 일한다는 것은 좀 더 층위가 복잡다단하다고 생각해요. ‘조직’을 한다는 것이 뜬구름 잡는 것 같지만, 정당정치를 가장 현실로 구현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 둘이 모이면 조직이라고 한다는데, 녹색의 가치에 동의하는 둘을 모으고 또 모인 두 사람이 또 다른 둘을 조직하면서 갈등을 좁히고 이해관계의 영역을 확장하여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일을 해요. 물론 쉽지는 않아요. 내 마음대로 사람이 동의하고 모인다면, 녹색당은 벌써 집권정당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시민사회단체나 인권단체가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고 정부에 다양한 요구와 압력을 가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정당은 공공의 정책을 만들고 선거와 같은 현실참여 정치를 통해 체제와 절차를 바꾸어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죠. 그런 점에서 제가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 또 다른 세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주 익숙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권력을 지향한다는 것, 가지고 있는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 국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선거에서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는 것, 가치끼리 충돌할 때 모두 함께 가져갈 수 없다는 것, 늘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 매 갈등에 익숙하게 대응하는 것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아직 2년 차 정당 활동가이니까 좀 더 알고 싶어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다행히 이 판이 재미있어요.

 

앞서 차별의 경험과 그런 경험이 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하셨는데, 교회에서 일한 경험도 있는 기독교인으로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문제에요. 제가 다니는 교회는 생태, 페미니즘, 반전, 노동, 반성폭력과 같은 이슈를 공동체 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지만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은 깊이가 남다른 것 같아요. 성소수자, 장애, 여성, 이주민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하는 교회이기 때문에 차별의 문제가 곧 내 이웃, 우리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고 여기게 되죠. 그래서 저희 교회는 오래전부터 스스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 앞장서 왔고, 교회를 드러내는 가장 상징적인 색깔이 무지개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수 교회 신자들의 반대시위로 곤혹을 치르기도 하고, 보수 기독교계 언론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기도 하고요. 그들은 오로지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성서에 나온 ‘동성애’라는 말에만 몰두해 사람들을 차별하고 적대적인 타인으로 만드는 일을 하죠. ‘차별을 허하라’는 주장인건데, 부활하신 예수님이 다시 돌아가실 만큼 기막힌 소리죠.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인데 말이에요. 사랑에도 계급이 있나 봅니다.

한편 법으로 규제해야 할 만큼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된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씁쓸하고 화가 나요. 응당 인간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잖아요? 21대 국회가 시작한지 2개월 만에 정의당이 앞장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을 보여주어서 너무 반갑고 환영해요. 저는 이 움직임에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인들이 더욱 나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 내고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별로 사람을 가르고 나누지 않도록, 더 많은 기독교인들이 제대로 성서를 읽고 배웠으면 해요. 성서에서 말하는 것은 결코 혐오와 차별하라는 가르침이 아닌, 서로를 향한 사랑과 은혜거든요.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이 되기로 한 계기가 있을까요?

단체에서 조직 내 민주주의라는 화두로 힘들게 싸움을 겪어내고 동료들과 뿔뿔이 흩어졌을 때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을 시작했어요. 싸움을 함께 했던 동료가 사랑방에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었죠. 인권활동가가 반인권적인 처우와 모욕을 견디다 쫒겨 나다시피 단체를 나왔는데, 우리 중 누군가가 다시 인권운동을 한다면 그 동료가 있는 단체에 후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힘들었던 단체 경험을 안고 있는 동료가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후원을 하고 싶었달까요. 그 시작이 지금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된 가원이었어요. 아마 그이가 다른 단체를 갔더라면 그곳을 후원했겠…지요? (웃음)

후원의 개인적 동기와 별개로 인권운동사랑방이 가진 오랜 운동의 역사는 이미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어요. 존경하는 활동가들이 있는 곳이었고 그래서 사랑방의 활동들을 응원하고 싶었거든요. 또 사랑방 후원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인권 소식 뿐 아니라 소외된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될 거 같았어요. 소식지와 사랑방이 매월 써내려가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잘 읽고 있습니다. 많이 배우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앞에 질문을 받아 유현님에게 “조직 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요?

어려워요. 생각하면 속이 뒤틀리고 머리가 아픈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제게는 어느 공동체에 가든지 가장 큰 삶의 화두가 되었어요. 저에게는 안전한 공동체를 함께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안전하다는 감각은 평등에 대한 감수성, 소진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동료에 대한 신뢰,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아무리 평등하고 안전하다고 하는 조직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죠. 저도 조직 내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 ‘조직 보위’ 논리에 갇힐 때가 여러 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 모든 이가 스스로의 권력이나 위계, 위치를 살피고 바꿔야 할 조직 내 문제를 예민하게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불편해하지 않고 지속해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과정 자체에 매몰되거나 이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갈등을 피하지 않고 합의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위해 모두가 기꺼이 노력하는 것, 그 안에서 누구도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의 목소리가 고르게 반영되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조직 내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존경하고 멀리서 몰래 애정 하는 활동가분들께, 지치지 않고 오래 그리고 아프지 않게 활동하시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적당히 일하시고, 덜 스트레스 받으시고, 많이 쉬시고, 적당히 벌면서도 충분히 행복하시길요. 노고에 감사드리며, 오래오래 후원하고 응원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제가 백수가 되지 않는 이상… 이 월세방에서 다시 부모님 집으로 가지 않는 이상…) 사랑합니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