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들이 얼마 전 사랑방 사무실에 방문했어요. 지음을 만든 고민도 나누고, 앞으로 하려는 활동계획도 나누며 서로 힘 받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던 거였지요. 지음의 후원회원을 열심히 모아야 하는 때인데, 사랑방 후원인 신청을 해주고 페북에도 가입을 독려해준 은선 님의 이야기를 이번 달 후원인 인터뷰로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상임활동가 은선입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이하 촛청법연대)에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함께 하고 있어요.
은선 님과의 첫 만남이 2018년 4월 국회 앞 선거연령 하향 농성장이었어요. 촛청법연대를 비롯해 청소년의 정치권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생회 활동을 했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청소년인권운동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 학생들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하고, 저를 포함해 우리가 좀 더 다니고 싶은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현실에서 이런 생각과 부딪히는 상황이 많았어요. 그러다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을 만났는데, 자기 지역에 학생인권조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왜 지역이 다르다고 상황이 다른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그게 무슨 혜택도 아니고, 기본적 권리에 대한 조례인 거잖아요. 그래서 울산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활동을 하게 됐어요. 시의원을 비롯해 정치인들을 만나는데 학생인권조례가 뭔지 잘 모르더라고요. 어떤 조례이고 왜 필요한지 설명하면 보수정당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지지해주겠다고 했는데, 반대세력이 나오니 바로 입장을 바꾸더라고요. “이런 건 표가 안 된다”고 하면서요. 조례는 공청회까지 갔는데 결국 제정을 못했어요.
그즈음 카톡방에 올라온 촛청법연대 출범 소식을 보게 됐어요. 조례 제정 활동을 하면서 이런 게 우리 지역에만 필요한 게 아니고 전국에서 지역과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촛청법연대가 그런 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출범을 위한 모임에 참여하려고 무작정 올라왔는데, 그 인연으로 이렇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와~ 울산에서 갑자기 혼자 찾아온 거였다니… 엄청 용기 있었네요!
그때 조례 제정이 안 된 게 너무너무 화가 났고 학교에서도 욕먹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조례 제정 활동을 하며 학교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사례를 모았는데, 주변 학교에서도 저희 학교에서도 응답을 많이 해줬거든요. 그렇게 모은 것을 국가인권위에도 보내고 국회의원실에도 보내고 그랬어요. 사례가 많으면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봐야 하잖아요? 근데 국가인권위에서는 너무 사례가 많아 어렵다며 접수한 것을 종결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국회의원실에서는 저희가 보낸 자료를 그냥 기자에게 넘겨준 거예요. 그게 기사화 되면서 학교 이름이 공개됐어요. 그래서 교장실에 불려갔는데 저 때문에 학교 망했다고 소리 지르고, 선생님들은 수업에 들어가선 학교 이미지가 안 좋아져서 대학 갈 때 불리할 거라며 위협하고, 저희 엄마에게 전화해선 “애가 이러는 것을 아빠가 아냐” 같은 얘기를 하고…. 그때 너무 힘들었는데 ‘이대로 끝내면 안 된다, 이렇게 그만 두면 같이 응원해주고 이 상황을 함께 지켜봤던 사람들에게 좌절로 남을 거다’ 그런 생각으로 학생회 활동을 그만두지 않고 쭉 했어요. 학교 생활규정 몇 개 바꾸고 졸업을 했는데 이후에도 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촛청법연대 활동이었던 거죠.
촛청법연대가 해온 여러 활동 중 기억나고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는 활동이 뭘까 궁금해요.
정당에 찾아가서 청소년인데 당원 가입하게 해달라며 가입서 내는 활동을 했었거든요. 당시 자유한국당에도 연락했는데 매우 호의적이었어요.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청소년 모임 정도로 생각했던 거죠. 그러다 청소년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고 참정권을 요구하는 거라는 것을 알고 엄청 당황해하더라고요. 모든 정당이 우리의 요구를 청소년의 권리 확대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선거에서 유리할지 불리할지, 자기를 지지해주면 좋은 거고 반대하면 싫은 거고 이렇게만 보더라고요. 진보적이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로 정치가 깨끗해질 거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청소년이라서 세상에 덜 물들었고 순수할 거라고 보는 거죠. “군대도 가고 결혼도 하는 나이인데 왜 왜 선거만 못 하냐”는 말을 넘어서 참정권이 필요한 이유와 의미를 더 분명하게 얘기해야겠다, 더 많은 말들을 만들어가야 겠다는 고민을 하게 됐죠.
이렇게 참정권의 의미를 풍부하게 한 게 촛청법연대가 해온 활동의 의미인 것 같아요. 청소년인권운동 안에서도 참정권은 투표소 앞 1인 시위 같은 방식으로 선거기간 잠깐 대응하는 이슈였거든요. 그런데 참정권이 나이가 어리다고 겪는 차별들에 맞서는 의미로 일상에서 요구해야 하는 의제가 된 거죠. 참정권이 투표할 권리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기간이 아닌 일상에서도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라는 거죠. 일상적으로 학교 안에서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학생회 활동이 대입을 위해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한 줄이 아니라 정치적 주체로의 경험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요. 청소년 참정권 운동이 투표장에 가서 투표할 수 있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고 쌓아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거죠.
학교를 비정치적인 공간처럼 이야기하지만, 기존 정치랑 별반 다르지 않고, 그래서 정치에 대한 무기력함이나 정치 혐오를 답습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로 ‘능력’, ‘학력’, ‘남성’ 등과 같은 조건들이 따라붙는데,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이런 조건을 흔드는 것 같아요. ‘학력=능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 학력이 낮은 청소년들,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정치할 수 있는 계기로서 청소년 참정권의 의미, 효과, 가능성을 더 확장된 차원에서 바라보고 같이 고민하고 싶어요.
얼마 전 발표회를 연 <18세 선거권 시대,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 연구조사에도 함께 하셨는데, 소개를 부탁해요.
먼저 씁쓸한 이야기를 하면 이 연구조사가 다음세대재단의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거거든요. 지음에서 다음세대재단에 신청한 다른 지원은 떨어져서 청소년인권운동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걸까 좀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어요. ㅠㅠ
올해 총선에서 첫 18세 선거권이라며 떠들썩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의미가 축소되었어요. 선관위에서 모의 투표도 못하게 하고, 굳이 없어도 되는 제약들로 경직된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2018년 농성하면서 에너지를 확 쏟았는데, 그때 됐으면 좀 더 환호했을 텐데 뒤늦은 것도 있고 해서 허무하기도 했는데요…. 조사과정에서 활동하지 않는 청소년도 만나고, 청소년기후행동처럼 평소에 만나지 못한 청소년 활동가들도 만나면서 함께 참정권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어 힘이 났던 것 같아요. 청소년기후행동에 함께 하는 이가 선거연령 하향이 ‘자신이 더 변화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를 경험하면서 운동 내부의 힘으로 연결되더라는 거예요. 드러나는 변화로는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들, 사람들이 느끼고 체감하는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의미 있었어요. 인용된 인터뷰 읽으면 읽는 분들에게도 힘이 될 거에요. 그러니 많은 분들이 꼭 보고서를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것은 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어떤 사회 분위기인지, 사람들이 어떤 태도인지가 너무도 크게 작용을 해요. 이를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물론 많지만 좀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참정권이 현실에서 역동할 때, 선거권뿐 아니라 좀 더 많은 사회 제도의 변화나 사회 분위기의 변화로 이어지고 그 변화가 와 닿으면 좋겠어요. 보고서 내용이 많고 길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같이 읽은 사람들이 바람을 덧붙여주면 좋겠어요. 그래서 참정권을 교과서에 들어간 내용처럼 평평하고 납작한 게 아니라, 동글동글하고 통통 튀는 것으로 함께 얘기해나가고 싶어요.
[자료집] “18세 선거권 시대,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
드디어 9월 24일 오랫동안 준비해온 지음이 출범했습니다. 짝짝짝~ 축하드려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어떤 곳인가요?
2018년 촛청법연대 농성 이후에 우리가 청소년인권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안정적으로 운동할 단체가 필요하고, 안정적으로 단체 운영을 위해 꾸준히 함께 하는 상근활동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지음은 지속가능한 청소년인권운동을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시작한 단체에요. 청소년인권운동을 청소년인 사람들이 그 시기에만 잠깐 하고 마는 활동으로 많이 생각하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청소년이 아닌 사람들은 ‘청소년도 아닌데 굳이 청소년인권운동을 왜 하는지’ 계속 질문을 받게 되고요. 그래서는 청소년인권운동과 그 조건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청소년인권운동의 주장이나 행동이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의 분노로 펼쳐지고 그들만의 경험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담론이 두터워지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인권운동이 지역에서 생겼다 사라졌다 하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연계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지음이/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자는 포부로 만들어졌어요. 한 마디로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 단체가 바로 지음입니다.
지음의 첫 활동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활동이 바로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이에요. 나이가 어리고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공식적인 공간에서조차 하대 당하고 그냥 길 가다가도 모르는 사람이 반말 하고 시비를 걸잖아요. 이렇게 함부로 비하되거나 반말을 듣는 상황, 사적 영역이 침해되는 상황이 계속 문제라고 여겨졌고 운동의 고민이 있었지만, 그동안은 법제도의 변화를 우선시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청소년들의 공감도 높고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로 이 캠페인을 하게 되었어요.
캠페인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학교나 자주 가는 공간, 다양한 청소년 이용 시설에 붙일 수 있도록 배포하고 있어요. 널리 붙을 수 있도록 많이 신청해주세요~! 포스터 신청을 비롯해 지음의 활동 소식이 궁금한 분들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지음의 홈페이지로 방문해주세요~!
11월 지음 간담회 하러 사랑방에 오셨다가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사랑방 후원인 하기 브로셔 접는 것도 함께 해주고 후원신청까지 하고 가셨잖아요. 사랑방 후원인이 되어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함께 모여서 우리가 어떤 단체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할 때 인권운동사랑방처럼 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청소년인권운동을 한 때 하는 운동이라 생각하는 통념을 깨고 청소년인권운동을 자기 운동으로 삼는 활동가 단체로, 활동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자는 것이 지음을 만들게 된 출발이었어요.
그리고 지음도 스스로의 인권운동의 언어와 운동의 원칙을 세워가는 과정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는데, 사랑방이 그런 역할을 인권운동 안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 처음에 활동 시작할 때 운동의 원칙 이런 건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 당장 화가 나고 답답함이 드는 급한 것들이 있는데 너무 먼 얘기 아닌가 했는데, 운동의 원칙과 지향을 분명히 하고 이를 공유할 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더 힘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그냥 ‘좋은 일’처럼 비춰지지 않길 바라고 그렇게 활동하고 싶은데, 지음이 만들고 싶은 자리에 사랑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방이 잘 자리 잡고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앞으로 지음에서 하려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같이 힘을 받고 싶다는 의미로 후원신청을 했어요. 무엇보다 일단 지음 상임활동가로 상근을 하면서 지금 후원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했고요. ㅎㅎ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음 출범 준비를 하면서 외부에 신청한 지원이 다 떨어졌거든요. ㅠㅠ 청소년이니까 어려워도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어리니까 혹은 젊으니까 아직까지 좀 더 고생해도 된다는 느낌으로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럼 떠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게 너무 당연한 것 같아요. 지음이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만들어진 단체니까 저희 단체를 신뢰하고 많이 지지해주시면 좋겠어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홈페이지 www.yhrjieu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