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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마음만은 항상 '서울 가서' 놀고 싶은 워킹맘

한혜영 님을 만났어요

15년 전, 홍대 극동방송국 담벼락에서 좀비 떡볶이를 팔던 헹씨를 기억하는 분 계신가요? 알고 보면 쫄딱 망한 장사였지만,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노라 힘주어 말하는 한혜영 님을 이번 달 후원인 인터뷰에서 만나보았습니다. 여전히 사람과 즐겁게 엮일 그날을 고대하며, 가족들의 보금자리 한켠에 가게를 여는 꿈을 꾸는, 사람 사귀는 일에 진심인 한혜영 님을 지금 당장 만나보시죠!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에 거주하고 있지만 마음은 항상 ‘서울 가서’ 놀고 싶은 워킹맘 한혜영 입니다. 

 

혜영님을 홍대 극동방송국 담벼락에서 좀비 떡볶이를 팔던 ‘헹씨’로 기억합니다. 어떤 배경을 가지고 노점 떡볶이 장사를 시작하셨고, 그 경험이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홍대 근처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어요. 자취방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 요리해주는 걸 즐기는 편이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홍대 인근 플리마켓에서 떡볶이를 팔게 됐어요. 예상 밖의 큰 인기를 끌면서 ‘이거 되는 사업’이라는 생각에 거리로 나가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웃음) 지금 돌이켜보니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거였던 거 같아요. 장사가 잘 됐으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을 텐데, 결국 다시 회사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웃음) 그런데 어쩐 일인지 장사를 멈출 수가 없었어요. 거리에서 뭔가를 파는 일은 꽤나 큰 뻔뻔함과 용기가 필요했는데, 장사가 되든 안 되든 날씨 좋은 주말에는 거리에 나갔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구들이 저를 만나러 오는 게 좋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리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가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회사를 때려치우고 작은 가게를 열었어요. 과거 인권재단 사람이 있던 성산동 근처에 있던 자그마한 공간이었는데, 생애 처음 대출이라는 것도 받아보고, 몇 평 되지도 않는 공간이었지만 손수 칠하고 고치면서 가게를 오픈했죠. 얼마 못 갔어요. 금전적으로 보면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평소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분노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인권운동사랑방에 후원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도 그런 관심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겠죠? 

사회적인 문제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것 같아요. 20대에 한동안 반지하에 월세로 살고 있던 시절이 있었어요. 반지하는 제가 서울에 살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주거 공간인 동시에 언제든 친구들을 불러 떡볶이를 해먹을 수 있는 소중한 삶의 공간이었지만, 이 사회에서의 제 위치성 같은 걸 본능적으로 깨닫게 해줬던 거 같아요. 예컨대 한밤중에 누군가 제 방 창문을 열려고 하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잦았던 그런 유사한 경험들이 제게 젠더나 계급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했던 거 같아요. 어떤 성별, 어떤 경제적 조건에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성인이 되기 전 부모님 집에 살 때는 몰랐던 세상을 그제서야 직시하게 됐죠. 그러다가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친구의 영향으로 불평등, 사회적 약자, 다양성 이런 이슈로 시야가 넓어진 듯 해요. 결혼 이후 이른바 ‘경단녀’ 시절을 거치면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졌지요.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는 이슈는 기후위기예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현재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상상하게 되더라구요. 

  

요즘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일상 재충전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관련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을 밝고 당당하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데, 아이들이 어느 순간 제 ‘통제’를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어린 시절 제게 상처를 줬던 부모님의 언행이 불쑥 나와 스스로 수치스럽고 괴로운 순간이 많았어요. 그리고 아빠가 올해 돌아가셨어요. 지금도 매일 아빠 생각이 나는데, 엄마도 편찮으셔서 불가피하게 슬픔은 접어두고 엄마를 돌보는 데 온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엄마가 완치해서 예전처럼만 지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싶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 만나는 게 쉼이고 충전인데, 결혼 후 ‘연고 없는’ 제주에서 살게 되면서 보고픈 친구들을 자주 못 보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재충전이 잘 안되는 거 같기도 합니다. (하하)

 

 

가까운 미래에 어떤 삶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저와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을 짓고 싶어요.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자기 공간이 있는 집이요. 거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더해지면 좋겠어요. 평소 친구들과 나눠먹는 음식이나 제 취향이 담긴 장신구나 의류를 파는 상상을 하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확실히 정해진 건 없지만, 앞으로 뭔가 사람들과 즐겁게 엮일만한 일을 벌이고 싶어요. 그리고 매년 추운 한국 겨울을 떠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도 자주 합니다. 계획이 막연하고도 소소한데, 제 상황을 반영하는 거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랑방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인권운동사랑방에 후원을 하고 있어서 정말 기뻐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숟가락 하나 얹는 것 같지만, 항상 연대와 지지를 보내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