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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영화를 만나다] 소녀 오동구, 뒤집기에 성공할까?

성전환자인권운동, ‘천하장사마돈나’를 만나다

인터넷 검색창에 ‘천하장사마돈나’를 치면 주인공 동구에 대한 지칭이 참으로 다양하다.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자신이 여자라고 믿고 있는 소년’ ‘성정체성이 흔들리는 소년’……. 그렇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를 ‘소녀’라 지칭 하지 않는다. 그녀는 ‘소년’인가? 아니면 ‘소녀’인가?

부재해 있는 혼란과 고통의 극복

영화는 어린 동구가 마돈나의 노래 ‘Like a virgin’을 들으며 립스틱을 입술 가득 바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그렇게 암시될 뿐 영화 전반에는 그 혼란에 대한 당황과 고민, 고통이 배제되어있다.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학교를 지각하면서 까지 매일 아침 ‘막일’을 나가고, 태연히 “나는 분명히 아주 못생긴 여자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동구에게 ‘성전환수술’이라는 것은 돈만 모으면 할 수 있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자신의 정신적 성과 신체적 성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과 그에 대한 고통도, 사춘기와 동시에 더 심해졌을 신체에 대한 혐오도 영화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못생긴 여자가 될 거라고 태연하게 말하기까지, 치열하게 겪어야만 했을 고민과 아픔을 배제함으로써 자칫 철없는 한 소년이 한순간의 판단으로 인생을 결정한 듯 보이기도 한다. 또한 사망의 위험까지 부담해야하는 ‘성전환수술’이 500만 원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 진다.

자신을 사랑하는 소녀 ‘오동구’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겪었을 아픔에 대한 해소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자기애’이다. 당사자에게서는 찾기 힘든 그녀의 그 자기애는 정말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아름답다. 고통들에서 오는 끊임없는 우울과 자기혐오, 그에 의해 대부분의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자살시도와 자해의 경험들…….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동구는 자꾸 안으로, 더 안으로만 파고들게 되는 당사자들에게 “그건 니가 잘못된 게 아니야. 그들이 잘못된 거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듯 당당하다. 그러나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동구의 당당함과 긍정성은 비현실적이다. 신분증을 내미는 모든 상황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혐오범죄와 각종 노출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세상의 현실은 바로, 부둥켜 앉고 인정해주겠다던 그녀의 엄마도, 장래희망이 있어 좋겠다던 그녀의 친구도, 노래를 부르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던 씨름부 동료들도 아닌, 그녀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며 “가드를 올리라”던 그녀의 아버지이다.

차이와 차별의 간극

장래 희망이 있어 좋겠다는 친구에게 동구는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라고 소리친다. 백 번 생각해도 맞는 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동구를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으로 바라보고 그것이 결국은 ‘장래 희망’으로밖에는 해석되지 않지만, 그녀는 정말 그저 살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정신적 성과 신체적 성이 다르게 태어났을 뿐이고 그래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기 위한 한 수단으로써 ‘성전환수술’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것은 ‘차이’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차이는 차별을 낳지 않는다. 차이가 틀린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차별을 불러올 뿐이다. 그러나 차이에 대한 잘못된 인정 또한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 그것이 바로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가 되고 싶은’이라는 표현이다. 대부분의 성전환자(트랜스젠더)에게 성전환수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써 인생의 첫 번째 ‘목표’인 것이다.

열심히 하면 뒤집기도 할 수 있나요?

동구는 자신의 방 마돈나의 사진 옆에 씨름교본에서 오려낸 ‘뒤집기’라는 기술이 소개된 페이지를 붙여놓는다. 뒤집기를 성공하면 세상의 편견도 뒤집히리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닥친 첫 번째 현실인 아버지를 상대로 뒤집기를 성공하여 멋지게 첫 승리를 일궈낸다. 그러나 그 뒤집기 기술을 성공하기 전까지 동구는 무수히도 얻어맞아야 했다. 도대체 동구는 앞으로 세상과의 투쟁에서 얼마나 더 얻어맞아야 하는 것일까. 그녀가 겪어야 할 수술의 고통과, 가족들과의 끊임없는 마찰과 소외, 세상의 편견과 차별, 기나긴 인생에서의 장기전을 동구는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녀의 긍정성과 자기애에 끊임없이 가해질 세상의 야속한 갈고리들이 못내 가슴 아프다. 별 다름이 없음을,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하는 한 구성원일 뿐임을, 그래서 이들도 인정받는 사회에서 일을 하고, 교육을 받고, 문화생활을 하고, 가족을 꾸릴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언제쯤이면 이 사회는 받아들일 것인가?

나 역시 묻고 싶다. 열심히 하면, 세상이 뒤집히기는 하나요?
덧붙임

한무지 님은 (준)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