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많이 다니면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가 가난한 사람들의 도덕성이 느슨해져서 병원에 너무 자주 가기 때문이라고 해요.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안 내고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쓸 데 없이 병원에 많이 다녀 나랏돈이 낭비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돈이 없어서 정부에서 주는 ‘의료급여(보조금)’를 받아야 병원에 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 6천 원씩 의료급여를 미리 주고, 병원에 갈 때는 각자 그 돈을 내도록 한대요. 그리고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이 병원 저 병원 못 다니도록 갈 수 있는 병원도 정해 놓고,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그들의 의료급여증을 일반 건강보험증과 다르게 플라스틱 카드로 만든대요. 동무들 중에서 돈이 없거나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다른 동무들과는 다른 옷을 입게 한다거나 다른 반에서 공부를 하게 한다면 정말 화가 많이 나겠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보건복지부의 이런 정책을 ‘차별’이라고 불러요.
보건복지부의 말에 사람들은 너무 어이없어 했어요. 병원이 놀이터도 아니고, 아무리 돈을 내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아프지도 않은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들여 병원에 그렇게 자주 다닐까요? 그리고 의료급여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진료들도 많아서 무조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실제로 많은 돈을 본인이 내야할 때도 많아요.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이 위험해요
지금까지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에서도 차별을 받아 왔어요. 병원은 혹시라도 돈이 없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나서 돈을 내지 못할까봐 치료를 해주기도 전에 ‘보증금’이라는 돈을 미리 내게 하고 있어요. 혹은 돈이 없는 사람에게 대신 돈을 내줄 수 있는 사람(보증인)을 치료받기 전에 미리 얘기하라고 강요하기도 한대요. 심지어 심한 경우에는 ‘의료급여 대상자’라는 이유만으로 진료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해요. 또 정부가 병원에 의료급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에서는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대충대충 진료하는 일이 많다고 해요. 이거, 참~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이 많아요.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아파도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그냥 죽어야 하는 건가요? 돈이 없다고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동무가 옆에 있다면 정말 슬플 거예요. 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기 전에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곳’ 아닌가요?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비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넉넉하지 않답니다. 그런데 의료급여를 돈으로 직접 준다면(그 액수가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부족한 생활비로 그 돈을 쓰겠죠. 배가 아파도 ‘차라리 조금만 참고 견디자’라고 생각하면서 차라리 그 돈으로 평소에 잘 사주지 못해 마음 아팠던 아이들 학교 준비물을 사 줄 수도 있겠죠. 또 감기가 걸렸는데도 병원에 가느니 6천 원을 아끼고 아껴서 밀린 난방비를 낼 수도 있을 거예요. 결국 병원을 찾는 일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일이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사람들의 건강은 더더욱 나빠질 거예요.
오히려 지금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질병의 종류도 더 늘려야 할 거고요. 또한 병원을 많이 이용하고, 약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필요한 일이랍니다. 아플 때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최고’ 수준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해요. 그 어느 누구도 돈이 없다고 해서 병원에서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돼요. 돈보다 사람의 생명이 더 소중한 거잖아요?